세계 경제성장 급격 둔화…美·中·유럽 등 주요국 성장전망 하향
국제교역량·中수출·제조업경기 '싸늘'…금융시장은 '휘청'
"미·중 끝나지 않을 싸움…글로벌 경제환경 격변에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위축시킬 최대 악재로 꼽힌다.

보호무역주의 부상과 고율 관세로 인해 글로벌 교역질서와 공급사슬이 무너지고 무역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교역이 줄어든 것은 물론 경제주체들의 심리까지 얼어붙게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국제기구와 각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내렸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6∼6.5%로 지난해보다 낮게 제시했다.

세계은행(WP)은 지난해 6월 3.0%로 제시했던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엔 2.9%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하반기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제시, 석 달 만에 0.2%포인트 내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꺾인 추세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중반보다 크게 낮은 2.1%(전기비 연율 기준)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이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일제히 지목한 것은 무역전쟁이다.

세계은행은 "국제 무역과 제조업 활동이 동력을 잃고 있는 데다 지속적인 협상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권 사이의 무역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전 세계 주식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전망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세계 주식시장은 지난 1년간 무역전쟁을 주재료로 삼아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던지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중국을 공격하는 언급을 할 때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거나 관세 우려가 경감되면 이내 반등했다.

MSCI 전세계지수는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3월 22일부터 연말까지 12%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올해 들어 양국 무역협상이 급진전되고 합의 기대가 커지자 지난 12일까지는 10%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각국 증시의 주가는 무역전쟁 해결 기대감과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무역전쟁이 세계 실물경제를 할퀸 상처는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관세 폭탄을 맞은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지난 2월 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20.7% 급감했다. 시장이 예상한 5%보다 훨씬 가파른 감소 폭이다. 수입마저 5.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로 떨어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올해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무역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무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3.2%로 제시했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1% 후반 또는 2% 초중반으로 내다보고 있어 괴리가 크다.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듯 대치했던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에 서두르는 것도 자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패권을 쥔 두 나라의 경기 둔화는 전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IHS마킷과 JP모건이 집계한 올해 2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떨어져 2년 8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무역량은 전년 동월보다 1.4% 줄어 2016년 초 이후 처음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감소 폭이다.

올해 초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1월 통계를 보면 세계 항공화물 운송량은 1.8% 감소해 월간 기준으로 3년 만에 가장 적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상된 수입 관세, 더한 것이 올 것이라는 위협,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사업확장 결정에 미친 타격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지난해 끊임없이 예고됐던 대로다.

IMF는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미국 관세가 25%로 인상되면 글로벌 GDP가 0.2%가량 줄고, 여기에 관세 전면 확대와 자동차 관세 추가 부과, 시장 충격이 더해진다면 세계 GDP의 0.8%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관세가 25%로 인상되면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5.6%포인트 깎이고 이 경우 중국 GDP 성장률도 1.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인 무역전쟁의 해결이 최대 과제로 꼽히는 만큼 양국이 갈등 봉합 국면에 접어든 데 대한 기대감은 크다.

그러나 놀란 세계 경제를 진정시킬 실효성 있는 합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며, 미·중의 끝나지 않은 패권 다툼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장기적인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중 합의에 10% 관세를 철폐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다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미국이 어떤 품목에 대해 얼마나 관세를 철회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미·중 전쟁은 관세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5G를 비롯해 통신 표준기술 선점을 놓고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세계가 미·중의 두 축으로 양분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