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수출비중 37% 달해…안보는 美·경제는 中 의존도 높아
한국, 美 수입차 관세·中 對美수입확대로 인한 타격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장재은 김수현 기자 =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상호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전을 벌여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켰고 보호무역의 장벽도 높아져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결코 쉽지않은 여건이다.

다행히 한국은 지난해 수출 6천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주요국의 수요감소에다 교역 위축까지 본격화하면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부과를 결정하면 이미 위기에 내몰린 한국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며 중국이 미국 반도체 등 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중국 영향 직접 받는 한국…올해가 더 걱정

반도체 호조 덕에 지난해 월간 수출은 11월까지 꾸준히 플러스 성장했으며, 대(對) 중국 수출도 10월까지 증가세를 지속했다.

아울러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상승과 수출 다변화 전략 영향으로 사상 첫 6천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문제는 올해다. 작년 말부터 대중 수출을 시작으로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성장세를 떠받친 반도체 경기는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은 영향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질서가 무너지고 교역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잠정 집계돼 1990년(3.9%)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고 올해는 6% 초반으로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수출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최근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7%)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전망대로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내내 하강 곡선을 그렸고 11월에는 탄핵 정국이던 2017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무역갈등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경제 심리가 움츠러든 것으로 분석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작년에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지난해 중국 경제 침체에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대중 수출 약화, 국내 경기둔화에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고 올해엔 반도체 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선택 몰리면 진퇴양난…자동차 관세도 '촉각'

날로 험악해지는 갈등 속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위험한 처지에 몰렸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경제성장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데다 미중 분쟁의 지정학적 위험도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차 세계대전이 총, 2차 세계대전이 미사일이라면 3차는 무역이나 경제전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미국,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으면서도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우리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양국이 벌이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국익을 지켜나갈 현명한 전략적 경제외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도체 등 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할 경우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으로선 대중국 수출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소지도 있다.

특히 주요 동맹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힘겨루기 속에 한국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는 우리 산업을 정조준하고 중국의 기술 굴기는 우리 기업들을 첫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고 경제의 사활은 중국에 맡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대결국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서도 계속될 것이라며 위기 돌파를 위해 한국은 기술력을 앞세운 가치사슬의 핵심으로 위상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 중기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 돕고 수출상품 다변화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획득을 견제하는 덕분에 그동안 중국의 추격에 불안했던 우리 기업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이 합의에 이르면 우선 둔화하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돼 수출 여건이 좋아지고, 중국의 기술 추격을 어느 정도 견제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뉴노멀(새 표준)'이 된 상황에서 미중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차제에 한국경제가 지난 30년간 대기업 수출 위주 무역 구도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사실 지난해 수출 대기록의 '히든 챔피언'은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2.5% 증가한 1천87억달러로 역대 최고였고, 수출 중소기업 수도 9만4천285개사로 역시 역대 최다였다.

김용래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올해도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직·간접으로 적극 도울 것"이라며 "변화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잘 접목되도록 연구개발(R&D)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 생산 공급망인 GVC가 약해지고 흔들리는 상황을 역이용해 중소·중견기업의 GVC 편입을 통해 구조적으로 보완·강화하는 한편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과거 대기업 위주의 13대 수출 주력상품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차관보는 또 "우리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하는 5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선점 효과도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기존 신북방·신남방정책을 포괄해 프랑스, 인도 등 다른 나라들과도 미래지향적인 산업협력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