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식 옹 "종가문화는 그 시대 삶·정신·생활상 담긴 종합 유산"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종가문화는 그 시대의 삶과 정신, 남도라는 지역문화와 생활상이 녹아 있는 종합문화유산입니다."

"종가라는 독특한 전통문화유산 덕분에 600여년 동안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죠. 이것을 앞으로도 쭉 계승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보존과 관리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18대 종손인 윤형식(86) 옹.

(재) 녹우당 문화예술재단 대표를 맡은 그는 요즘 종가문화 계승 발전사업을 시작했다.

재단이사회와 전문가 도움을 받아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

올해부터 어떤 사업을 펼칠지 최근 윤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윤 대표는 올해 1차 사업으로 녹우당 포럼을 만들어 해남 윤씨가의 문학·예술 등을 재조명하는 등 실학사상과 관련된 학회를 지원하고 학술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술행사와 함께 정부와 도의 지원을 받아 백련지 정비 및 금쇄동 발굴복원과 문화재 등재사업, 공재미술관 리모델링 사업도 추진한다.

1차 사업을 끝낸 후 200년 전통의 해남 차 문화 계승발전, 종가음식·종가예절·종택 스테이 등 종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경북지역은 종가가 200여 곳이고 2천억원 상당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남도지역은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도 지역 70여 곳 종가 중 10대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종가는 40여 곳에 불과하다"면서 "그 이유는 직업이 뚜렷하지 않은 종손들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유적과 유물을 관리하고 계승발전 시켜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 대표는 지난해 5월 1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소유 토지 등을 기본재산으로 전남에서는 최초로 재단을 설립했다.

윤 대표는 "유무형 문화유산 보존계승과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을 하는 것 외에도 국가의 위기에는 충성을 다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종가의 책임과 의무"라고 말했다.

녹우당 재단은 조만간 재단소유 26만여평 토지에 60MW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연간 8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익금을 해남윤씨가의 유무형 유물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재단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부응하는 태양광발전사업을 통해 수백 년을 함께 해온 지역주민과 발전수익금(20%)을 나눌 계획이다.

윤 대표는 불천위(不遷位)인 어초은 윤효정(1476~1543), 고산 윤선도(1587~1671)와 공재 윤두서(1668~1715) 가문인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종손이다.

해남윤씨가 종택인 녹우당은 조선 중기 문신 윤선도 선생이 살았던 집이다. 효종이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고산 윤선도를 위해 지어준 집의 일부를 뜯어 해남으로 옮겨 지은 사랑채와 종가 전체를 말한다.

녹우당에는 국보 제240호인 공제공 윤두서 자화상과 제481호인 가전고화첩, 제482호인 종가문적, 제483호인 고려시대 노비문서 등 보물 32점과 고문헌 고서적 7천여점 등 3만여점에 달하는 유물과 유적 및 문헌을 보유하고 있다.

종손 윤 대표는 "녹우당의 녹우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녹음이 우거진 숲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선비들의 변치 않는 절개와 기상을 의미한다"면서 "이런 선조들의 훌륭한 정신과 지조가 종가문화와 함께 현대에 재조명되고 재해석돼 우리 민족의 자부심과 긍지가 되게 하겠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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