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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혁의 야구세상] 박용곤 회장의 야구사랑과 사라진 구단주 총회

송고시간20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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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서울=연합뉴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2019.3.4 [두산그룹 제공]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 3일 타계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초대 구단주다.

단순히 구단주가 아니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했다.

박용곤 회장은 1991년 이후 동생들에게 구단주를 물려줬지만, 불과 몇해 전까지도 두산 홈경기를 빠짐없이 관전했다.

말년에는 거동이 불편해 부축을 받아야 했으나 박용곤 회장은 경기 한 두 시간 전에 잠실구장을 찾아 선수들의 훈련부터 지켜봤다.

프로야구가 국민적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지만 박용곤 회장을 비롯한 구단주들의 한결같은 애정도 밑거름이 됐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한 구본무 전 회장의 야구사랑도 각별했다.

매년 해외 전지훈련지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고 시즌 직전에는 경남 진주의 외가에 선수들을 초청해 '단목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중 8천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한국시리즈 MVP에게 부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LG는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고, 구 전 회장은 롤렉스 시계의 주인을 끝내 보지 못하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7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첫 우승 당시 관중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응원했던 최태원 회장이나, 2011년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풀려난 김태균의 복귀를 요청하는 팬들에게 "잡아 올게요"라고 직접 답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애정이 대단했다.

프로야구의 역사인 KBO 총회 일지를 살펴보면 구단주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1982년 1월 15일 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열린 첫 임시총회에는 롯데 신준호, 삼미 김현철, 삼성 이건희, MBC 이진희, OB(두산의 전신) 박용곤, 해태 박건배 회장 등 6개 구단주들이 직접 참석했다.

KBO 정관에 따르면 구단주 총회는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총재의 선출과 해임, 회원(구단) 가입과 변경, 제명 등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모든 결정을 내린다.

구단주들이 직접 참여하는 총회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지금으로선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회장들이 매년 한두 차례씩 모여 프로야구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다가 1990년 후반으로 접어들며 구단주 대신 대행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잦아졌고 2001년 3월 총회를 끝으로 한동안 모임조차 열리지 않았다.

상당수 안건은 사장들이 참석하는 이사회로 위임됐다.

2011년 제9구단 NC 다이노스 가입을 승인하는 총회는 서면으로 대체됐다.

구단주 총회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2001년 초 발생한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파동' 이후 재벌그룹 회장들이 프로야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KBO 내부에서는 선수협 파동도 있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일부 팀이 구단주 대신 대행을 참석시킨 탓에 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른 구단주들도 참석하지 않게 됐다는 후문이 있다.

2013년 구본능 전 총재의 주재로 열린 구단주 총회
2013년 구본능 전 총재의 주재로 열린 구단주 총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여년 이상 열리지 않던 구단주 총회는 구본능 전 총재 시절이던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개최됐다.

하지만 지난해 정운찬 총재가 취임한 후에는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정운찬 총재를 선출하는 총회마저 열리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됐다.

주요 안건을 구단주 총회 대신 이사회에서 처리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주체가 구단주냐 사장이냐에 따라 KBO나 구단에서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인 발전방안은 구단주와 임기 3년 안팎인 사장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KBO가 구단주들과 소통할 기회조차 제대로 없다는 점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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