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벤치마킹' 몰려…도심재생 부작용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시급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 청주 '중앙로 차 없는 거리'가 확 달라졌다. 주말이면 젊은이들로 활력이 넘쳐난다. 새로운 볼 것, 먹을 것들이 거리 곳곳에 스며 있다.

각종 수공예품이 가득한 플리마켓(벼룩시장) 주변엔 인파들이 둘러싼다.

다양한 콘셉트의 커피숍과 디저트 카페가 속속 들어서면서 젊은 층 사이에선 요즘 가장 주목받는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4∼5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그때만 해도 소나무길로 불리는 청주 성안길 입구부터 청소년광장까지 이어지는 중앙로 차 없는 거리는 쇠락 일로였다.

과거 청주 상권의 중심가로 불리기도 했으나 시대 변화에 뒤처진 낡은 건물과 상가들로 퇴화 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침체를 타개한 것은 청주시와 상인, 주민들의 상권 회생에 대한 절박감 때문이다.

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문화·예술 특성화를 통한 중앙동 상권활성화사업'을 추진했다.

차 없는 거리에 폭 1m 안팎의 '물길'과 분수대를 만들고 소나무를 심는 경관 정비는 물론 문화·예술 허브센터와 옛 청주역사전시관도 건립했다.

여기엔 국비 48억1천만원, 시비 70억500만원, 민간자본 5천만원 등 총 118억6천500만원이 투입됐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청년들이 '젊은 감성'을 살려 젊은 층을 공략하는 카페·식당 등을 창업하면서 활력이 더해졌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소나무길 프리마켓'은 중앙로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최근 8년간(2011∼2018년) 하루 평균 중앙로 유동인구는 2011년 1천59명에서 2016년 2천421명, 2017년 2천716명, 지난해 2천721명으로 늘었다.

중앙로 차 없는 거리는 도심재생 사업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서울·수도권을 포함한 전남 순천·강원 춘천·전북 군산·경북 상주 등 옛 도심 공동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간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두운 그림자가 커가고 있다.

상권 부활의 예외 없는 부작용인 '젠트리피케이션'이 이곳에도 밀려들기 때문이다.

'상가 내몰림'으로도 불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활성화 이후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상권을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거리도 최근 상가 임대료가 오르면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애쓰던 기존 청년 창업주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 하는 일이 늘고 있다.

더욱이 경기 불황과 맞물리면서 가게 이전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젊은 창업주들이 중앙로로 몰려든 이유 중 하나가 낮은 임대료였다.

도심이지만 비교적 오래된 건물이 많아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차 없는 거리가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면서 임대료가 치솟는 바람에 젊은 창업주들의 부담이 부쩍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극복을 위해선 상인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자구책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연구 분석해 건물주와 임대 상인이 공생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도출하는 것도 시급하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의 특색있는 공간이 사라지면 활성화된 상권도 곧 시들해질 것"이라며 "건물주와 상인들이 협력해 상권 전체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일부 지역이 조례를 만들어 기존 상권의 상인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청주에 맞는 방식의 지자체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