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지만 경찰 같지 않은 인물 연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뒷돈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범죄까지 사주한다. 경찰 압수창고까지 거리낌 없이 털려고 한다. 지금껏 영화에서 보던 그 어떤 비리 경찰보다 더 '악질'이다. 배우 이선균(44)이 영화 '악질경찰'에서 연기한 조필호 이야기다.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이선균은 "경찰이지만 경찰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다"고 조필호를 설명했다.

"많은 분이 제가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맡은 경찰과 비교를 많이 하시는데, 겹쳐 보이는 부분이 분명 있죠. 그러나 '끝까지 간다'에서는 조필호보다 더 경찰이라는 본분에 충실했어요. 조필호는 의상이나 외형부터 안산 뒷골목에 걸어 다니는 '양아치'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욕도 더 많이 하고 훨씬 비열하고 비겁한 인물입니다."

역대 최고급 악질이다 보니 조필호는 극 중 미성년자이자 여성인 미나(전소니 분)에게도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이선균은 "조필호는 행동에 당위성이 없는 인물이다.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제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며 "조필호 같은 인물이 나중에 각성하게 되면 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필호는 미나를 만나고 심적 변화를 겪으며 인과응보의 집행자로 나선다. 이선균의 말대로 그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조필호가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많은 감정을 느낀 뒤 각성했겠죠. 사실 매우 영화적인 인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극적인 변화에는 공감했어요. '조필호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요. 다만 그 변화의 개연성은 제가 연기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거니까요. 공감되는지에 대해서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고요."

'악질경찰'은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 다루기 민감한 소재인 만큼 이선균도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연출 맡은 이정범 감독과 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고 저에게 영화작업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도 이 감독이에요. 저는 시나리오 볼 때 형(이정범 감독)의 진심이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했죠. '악질경찰'의 시나리오 자체가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투자받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죠. 제가 캐스팅 1순위도 아니었겠지만, 시나리오에는 장르적인 재미도 있었거든요."

그는 "세월호 참사라는 소재를 상업영화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을지 이정범 감독의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계 '블랙리스트'가 나오기 전 이긴 했지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었죠. 시나리오가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더 큰 이야기를 아우른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의 문제를 다 고민했을 것 같아요. 정범이 형은 그 범주 안에 자기가 할 줄 아는 이야기를 녹인 거고요."

이선균은 "전면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 참사를 추모하는 영화다"며 "한 번 더 그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 묘하고 궁금해지는 배우더라고요. 신인배우에게는 보통 없는 차분함을 갖고 있었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알더라고요. '악질경찰'의 가장 큰 수확은 전소니가 아닐까 합니다."

이선균은 올해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변성현 감독의 '킹 메이커' 촬영에 들어가고 오는 5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개봉한다. 하반기에는 JTBC 드라마 '검사내전'에도 출연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매해 작품이 마치 앨범처럼 주욱 있어서 그 작품을 생각하면 그 해가 생각나죠. 올해 나올 영화가 저의 2019년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달력에 보면 그림이 있잖아요. 좋은 그림으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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