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보고서에 '제재가 인도지원에 끼친 영향' 별첨…지난해 보고서엔 없어
"인도지원용 물자 '화이트리스트'로 면제 절차 생략해야"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낱낱이 공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제재가 대북 인도지원에 끼친 '부작용'을 비교적 상세히 지적해 눈길을 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는 식수, 보건, 식량·농업, 재난대비 등의 영역에서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들이 대북제재로 "정상적인 인도지원사업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재로 인한 물자반입 지연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이 차질을 빚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A4용지 13쪽 분량으로 별첨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같은 내용을 반 페이지 분량으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이번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다양한 제재 회피 수법이 공개되면서 작지 않은 파장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원칙적으로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위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신청을 1년에 두 번만 받고, 그마저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아 지원의 적기를 놓치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가령 유엔 산하의 한 기구의 경우 분만 지원물자의 반입 승인이 나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지연됐고, 이 때문에 북한 내 산모 가운데 2만2천여 명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하는 등 총 15만명가량이 영향을 받게 됐다.

북한에 반입을 금지하는 물품 기준에도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2018년 반입하려 했던 의료용 엑스레이는 제재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내부에 포함된 부품이 제재 범주에 들어있어 결국 대북제재위의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재위가 인도적 사업에 대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화물 선적·계약 같은 세부사항에는 더 큰 유연성이 부여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미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대북지원사업도 물자 구매처나 화물선 항로, 물품 수량 등 미리 제출한 계획에 조금이라도 변동이 생기면 승인 자체가 무효로 돌아갈 수 있었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북한에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기타 금속류'의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하는 현행 제재 품목이 너무 폭넓은 만큼, 면제 절차 간소화를 위해 "인도적 지원에 꼭 필요하지만 민감하지 않은 특정 품목은 '대북제재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대북제재위 안에 제재 면제 신청을 집중적으로 다룰 그룹을 두고 심사 시한을 정해 면제 여부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