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득표…이달 30일 여당 후보와 결선투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치른 슬로바키아 대선 투표에서 진보 정당 소속의 여성 후보가 큰 차이로 여당 후보를 누르고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7일 전했다.

진보주의 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의 주사나 카푸토바는 17일 오전까지 99.4%의 개표가 끝난 가운데 40.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연립정부 여당 사회민주당(Smer-SD)의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의 득표율은 18.7%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1, 2위를 차지한 후보들이 다시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결선투표는 이달 30일로 예정돼있다.

슬로바키아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고 실권은 총리에게 있지만 내각 구성 승인권,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 중요한 권한도 갖고 있다.

카푸토바가 기세를 몰아 2차 투표에서 당선된다면 슬로바키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최근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유럽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진보 좌파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징적 의미도 갖게 된다.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의 지원 속에 나선 세프쇼비치는 지난달까지도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다 안드레이 키스카 현 대통령과 유력 야당 후보 로베르트 미스트리크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카푸토바 지지 의사를 밝힌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

피초 전 총리는 2006∼2010년 총리를 지냈고 2012년부터 다시 총리를 지내다가 지난해 2월 발생한 탐사보도 전문 기자 잔 쿠치악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쿠치악은 슬로바키아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유착 관계를 취재한 기사를 준비하다 작년 2월 집에서 연인과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쿠치악 피살 사건 이후 슬로바키아에서는 부패 집권 여당을 비판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몇 달간 이어졌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변호사로 부패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던 카푸토바는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국민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2차 투표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카푸토바는 14년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인근의 고향 마을 페지노크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와 싸운 환경운동가로, 2016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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