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여성 모델, 지난 1일 사망…이탈리아 언론 "방사능물질 중독 추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의 미성년자 성 추문 재판의 핵심 증인이 석연치 않은 요인으로 죽음을 맞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은 검찰이 지난 1일 북부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은 모로코 태생의 여성 모델 이마네 파딜의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파딜은 지난 1월 29일 원인 미상의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고, 1개월 간의 투병 끝에 33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사인은 방사성 물질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밀라노의 병원이 일련의 검사에도 불구하고, 파딜의 사인을 특정하지 못하자 그의 생체 샘플을 한 전문 연구소에 보냈고, 그 결과 샘플에서 일상적으로 구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디어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시절 벌여 물의를 빚은 일명 '붕가 붕가' 섹스 파티의 주요 증인으로 꼽히는 파딜은 생전에 가족과 변호인들에게 독살 위험에 대한 공포를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파딜은 2010년 밀라노 인근 아르코레에 위치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별장에서 열린 '붕가 붕가' 파티의 충격적 실태를 2012년 법정에서 증언해 현지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는 "수녀 복장을 한 젊은 여성 2명이 당시 총리이던 베를루스코니 앞에서 스트립 쇼를 했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불쾌해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나에게도 현금 2천 유로(약 260만원)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모로코 출신의 무희 카루마 엘 마흐루그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5년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이 재판의 핵심 증인들에게 침묵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준 혐의에 대해 현재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루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엘 마흐루그를 비롯한 당시 재판의 증인들에게 현금과 보석, 부동산 등의 형태로 1천만 유로(약 124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파딜의 사망 소식을 들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젊은이의 사망 소식에 마음이 안좋다"면서도 "그렇지만, 결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며, 말조차 해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파딜의 증언에 대해 접했을 때 부자연스럽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성 추문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여파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해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가 작년 3월 총선에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에 득표율이 밀리는 등 예전만 못한 영향력을 실감한 그는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