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가상화폐 투자 '알바' 미끼로 평범한 시민 조직원 이용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피해자는 거액을 빼앗겼고 평범한 직장인은 범죄 피의자가 됐다.

이들이 당한 수법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누가 속느냐'라는 냉소가 들어설 틈바구니는 없었다.

2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전락한 30대 직장인 A씨는 가욋돈을 벌어보자는 욕심에 '미끼'를 물었다.

중고차 수출업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무작위로 보낸 광고성 문자메시지에 관심 보인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수고비 0백만원 현금 당일 지급'이라는 문구에 현혹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스스로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고차 매매대금이 계좌로 들어올 테니 현금으로 찾아서 전달만 해주면 건당 수백만원 수고비를 현찰로 주겠다고 꼬드겼다.

차량 명의이전 과정에서 문제 때문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로 보이스피싱 조직은 교묘히 둘러댔다.

이른바 범죄에 쓸 대포통장 마련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새 수법으로 통장 하나를 만든 셈이다.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알려준 은행 계좌에는 지난달 19일 오전에 2천920만원, 오후에 800만원이 잇달아 들어왔다.

이 돈은 저금리 대출 상품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은행원에게 중도상환금으로 보냈다고 믿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빼앗긴 피해금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 역시 제 발로 걸어들어오게 했다.

2·3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받은 피해자를 5∼6%대 금리로 유혹했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상품 광고로 둔갑한 가짜 문자메시지를 살포해 다달이 10%대 이자를 무는 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했다.

A씨는 오전에 송금받은 2천92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에게 전달하고 수고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오후에도 800만원을 찾으려고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원은 거액이 잇따라 들고 나가는 A씨 거래 명세를 수상히 여겨 입금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상한 돈의 용처를 확인한 은행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현장에서 붙잡혔다.

A씨로부터 800만원을 받아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하려던 수거책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경기도 의정부 집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의정부까지 뒤쫓아 수거책을 검거하고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A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수거책이 일당 10만∼20만원을 받을 때 A씨는 본인 명의 금융계좌만 빌려주고 수백만원을 챙겼다.

이 사건 피의자이면서 내용적으로는 피해자이기도 한 A씨가 속는 동안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행에 쓸 대포통장을 마련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중고차 수출업체나 가상화폐 투자업체인 척 고수익 알바 광고를 내고 평범한 시민을 조직원으로 부린다.

경찰은 이러한 수법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하며 조직 윗선을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