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영국에서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변호사이자 헤지펀드 공동 운영자인 40대 엘리트 남성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다 한 50대 패션디자이너에게 주먹을 날린 혐의로 법정에 섰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는 43세 매슈 피어그리브가 56세의 울리히 엥글러에게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돼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섰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 7일 런던 로열코벤트 가든 오페라하우스에서 벌어졌다.

피어그리브는 아내와 함께 공연에 참석했고, 그의 아내는 입고 온 코트를 벗어 비어 있는 옆자리에 올려 두었다.

이들 부부가 관람하려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오페라는 네 번의 공연 내내 자리가 바뀌지 않아 대개 처음에 비어 있던 자리는 마지막 공연까지도 비게 된다.

첫 시리즈부터 관람했던 이들 부부는 4부작 중 3번째 공연이 열리던 그 날 역시 옆자리가 비겠거니 생각하고 코트를 올려 두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발단은 불이 꺼지고 공연의 막이 오르려 할 때 시작됐다.

코트를 올려놓은 자리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던 엥글러가 더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려 의자 위를 넘어 앞줄로 넘어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측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검찰 측이 내세운 증인에 따르면 엥글러는 피어그리브 부인에게 "여기 앉아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은 뒤 곤란하다는 답을 듣자 코트를 집어 들어 그녀의 무릎에 올려놨다.

이 과정에서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피어그리브 부인이 "내 코트가 덜어졌다"고 말했지만 엥글러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러자 피어그리브가 엥글러의 어깨를 주먹으로 세 번 치면서 "감히 내 아내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고 했다는 게 검찰 측 증인의 이야기다.

이 증인은 어깨를 얻어맞은 엥글러는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알았을 정도로 세게 맞아 타박상을 입었지만 "엥글러는 일절 대꾸나 반격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반면 피어그리브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그는 엥글러가 자신의 아내에게 (코트를 올려놓은) 좌석의 표를 산 것이냐고 물은 뒤 코트를 바닥에 내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내가 코트를 주우려 몸을 숙이자 엥글러가 손으로 아내를 밀쳐 자신이 있는 쪽으로 넘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피어그리브는 아내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한 혐의로 엥글러를 고소한 상태다.

재판장인 콜린 베이트맨-존스 판사는 이 사건에 "증인 신청이 참 많이 접수됐다"며 재판에서 증언을 다 들으려면 하루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어그리브는 오는 5월 런던 치안법원에서 열릴 이틀간의 약식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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