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역사상 첫 상시협의채널 기대 모아
제재 등으로 개소까지 우여곡절…이달 초 소장·소장대리 부재 '이상조짐'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열린 남북 최초의 상시협의채널이 189일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남측에 통보하고 상주하던 인원 전원이 철수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지난해 9월 14일 개성공단에 문을 연 공동연락사무소는 남과 북의 정상이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 역사상 첫 24시간·365일 소통채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게다가 개소하기까지 남북이 수차례 '고비'를 함께 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기에 북측의 돌연 철수 결정이 주는 충격파가 작지 않은 분위기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당초 8월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목표로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구성·운영을 위한 합의안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유류 등 대북 물자 반출과 관련해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남북연락사무소가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예정대로 개소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방북 취소로 북미관계가 악화하자 개소 시점이 9월로 늦춰졌다.

이후 9월 5일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당일치기' 방북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하면서 북측과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 18∼20일) 이전'으로 개소 시기가 좁혀졌고, 이틀 만인 7일 실무협의를 통해 개소 날짜를 같은 달 14일로 확정했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봐가며 향후 연락사무소를 발전시켜 서울·평양 상호대표부로 확대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북미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이미 진행 중이던 남북교류 진전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연락사무소가 첫 희생양이 됐다.

실제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공동연락사무소에도 '이상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경우 통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인 황충성·김광성 소장대리가 2주 단위로 개성과 평양을 오가며 공동연락사무소에서 교대 근무를 해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이달 초부터 줄곧 두 명 다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동명이인인 새로운 인물이 '임시 소장대리'라는 직함으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에서는 연락사무소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 사무소에 출근해 전종수 소장 또는 황충성·김광성 소장대리와 협의(소장회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소장은 물론 소장대리마저 계속 부재하면서 이달 들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측에 대한 섭섭함이나 불만을 넘어 (북미관계 관련) 남측 역할의 불필요 혹은 무의미하다는 것일 수 있다"며 "북한의 '새로운 길' 발표가 임박한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