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 징병 요청…"구급조치 과정 수료…모든 상황 대처 가능"
69년만에 뒤늦게 발견…벨기에군, 참전 성사 여부·생존 확인 나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한국전쟁에 파견되는 이들과 함께 가서 헌신할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보잘것없는 자격이지만 받아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벨기에 20대 여성이 의무병으로 참전하겠다며 벨기에 정부에 징병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69년 만에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인근의 루벤가톨릭대학에 설치된 한국학연구소 소장인 아드리앙 카르보네 교수는 최근 벨기에 외교부의 문서보관소에서 '이색적인' 편지를 찾아냈다.

지난 1950년 8월 19일 당시 24세인 플로르 장피에르라는 여성이 손 글씨로 써 보낸 이 편지는 자신도 한국전에 참전해 돕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장피에르는 한국전 파병 담당자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제가 비공식 징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드리고자 편지를 씁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벨기에 정부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27일만인 1950년 7월 22일 1개 보병대대를 파견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그런 만큼 이 여성은 편지를 쓸 당시 벨기에의 한국전 참전 결정을 알고 있는 것으로 편지 속에 나타나 있다.

그는 "우리나라(벨기에)는 작지만 항상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고, 결코 뒷짐 지고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라면서 "저도 우리나라에서 파견되는 이들과 함께 가서 헌신할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원자격이 보잘것없지만 받아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저는 구급조치 과정을 수료했고, 열심히 배워서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자신이 1926년 10월 9일 벨기에 앙스에서 태어나 리에주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소개한 뒤 추가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모두 제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참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으로 믿으며 존경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주벨기에·유럽연합(EU)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쟁이 나면 회피할 길을 찾는 게 보통의 모습인데, 여성의 몸으로 더군다나 머나먼 타국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선 마음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전 참전이 성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벨기에군에서 그의 참전이 성사됐는지와 함께 지금도 생존해 있는지,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1개 대대 규모가 한국전에 참전한 벨기에군은 모두 5차례에 걸쳐 장병 3천498명을 파병했다.

이들은 미 제3사단 예하 영국 제29보병여단에 배속돼 임진강 전투, 학당리 전투, 자골 전투 등에 참가했으며 참전자 가운데 106명이 전사하고 350명이 부상하는 등 큰 희생을 치렀다.

특히 벨기에에선 한국전 참전을 결정한 당시 앙리 모로 드 믈랑(Henry Moreau de Melen)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파병부대의 일원으로 직접 총을 들고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한편, 장피에르의 편지는 오는 26일 벨기에 필리프 국왕의 한국 국회 방문에 맞춰 국회에서 열리는 '한·벨기에 외교문서 전시회'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