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된 신인 투수 잭 래보스키(23)는 거주비를 절약하고자 올해 스쿨버스에서 살기로 했다.

계약금으로 받은 3천 달러(약 340만원)에 돈을 보태 4천 달러를 주고 중고 스쿨버스 한 대를 산 뒤 의자를 다 뜯어내고 1만3천 달러(1천474만원)를 들여 부엌, 화장실과 냉난방 기구, 침대 등을 설치했다.

싱크대 옆에는 소파도 마련해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집처럼 꾸몄다.

자동차와 집을 결합한 모터홈(motorhome)은 래보스키에게 여가용, 캠핑용 차량이 아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머무는 거처이자 생계를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수단이다.

전세기를 타는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마이너리거들은 길면 10시간 이상을 버스로 움직인다.

클럽하우스에서 일류 요리를 제공받는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햄버거를 씹는 일이 잦다.

24일(한국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래보스키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후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에서 두 달 반을 뛰어 약 2천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다.

월급으론 1천100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계약금을 합쳐도 수중에 있는 돈이 5천 달러 정도에 불과했고, 올해 연봉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래보스키와 그의 여자 친구는 모터홈을 본격적으로 구상했다.

아파트를 빌리는 것보다 쌀 것 같아서 레저용 차량(RV)에 거주용 트레일러를 연결해 끌고 다니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예산을 훌쩍 넘기자 스쿨버스를 사서 개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래보스키 커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더그레이트버스어드밴처'라는 계정을 만들어 버스 개조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창의성이 돋보이지만,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떠돌이 마이너리거의 단편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빅리그를 포함해 상위 수준의 팀에 언제 부름을 받거나 언제 또 강등될지 몰라 마이너리거의 삶은 늘 불안정하다.

래보스키의 여자 친구인 하이엇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래보스키가 신인 지명을 받고 마이너리그팀에서 뛰는 과정을 보면서 (마이너리거의) 이 생활방식에서 계획이란 불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전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선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메이저리거들의 천문학적인 계약 소식과 대조를 이루는 마이너리거들의 가난한 실상도 화제에 올랐다.

마이너리거들은 매달 1천100∼2천 달러 초반 정도를 월급으로 받는다. 이마저도 정규리그 기간인 최대 6개월만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하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마이너리거들의 연봉은 올해 메이저리거의 최저 연봉인 55만5천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이 마이너리거 연봉을 50% 인상하겠다고 밝힌 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다른 구단에도 마이너리거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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