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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하다] 박영국 관장 "한글,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송고시간2019-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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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을 대중 친화적 복합문화공간으로"

"한글디자인 연구 활성화, 한글문화 확산 노력"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촬영 정하종]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논설위원 = "한글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이를 잘 가꾸어 보존하고, 가치를 발굴하고, 그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한글박물관 설립의 목적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박영국 관장은 "한글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대중 친화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각종 공연 등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관장은 "한글과 연관된 문화를 확산하고, 디지털 시대 폰트 등 한글 디자인과 관련된 연구와 전시, 교육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관한 지 올해 5년째이다. 그동안 성과라면.

▲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했다. 그동안의 성과라면, 박물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작년, 재작년 연속해서 연 70만명에 가까운 관객이 들었고, 올해도 70만명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 5년이 되는 올해 10월 9일 즈음해서 누적 관객 3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300만명의 관객이 다녀가는 박물관이라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박물관이 된다고 봐야 한다.

박물관의 성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올해 대대적으로 개관 5주년 기념 전시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정도 규모의 박물관 치고는 전시를 자주, 다양하게 했다. 상설전시 외에도 매년 기획전시를 3~4차례씩 해왔고, 전시마다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장품도 개관 당시 1만여점에서 출발해서 현재 5만6천점이 넘는다. 한글과 관련된 유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수집해왔다. 한글박물관의 유물은 종이류가 많은데, 수장고 시설은 박물관 특성에 맞게 종이 보관에 최적화돼 있다.

-- 자국 문자를 다루는 박물관이 있는 나라는 우리와 중국뿐이다. 한글박물관의 의미는.

▲ 중국 허난성 안양시에 위치한 중국문자박물관은 갑골문자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규모가 크다.

한글은 누가 만들었는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진 문자이다. 창제 원리, 창제 정신, 그 이후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가 구현될 수 있다. 한글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잘 가꾸어 보존하고, 가치를 발굴하고, 그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글박물관이 설립됐다.

-- 현재 진행 중인 테마전시 '독립운동의 힘, 한글'은 어떤 내용인가.

▲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한글과 관련된 선인들의 활동과 노력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관련된 한글 운동하면 조선어학회 사건만 생각하기 쉽다. 이번 전시는 한글날 제정, 한글 보급 운동, 맞춤법 통일안 제정 운동 등도 다루고 있다.

-- 소장품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 지난해 말 현재 소장품은 5만6천점으로, 259명이 2만638점을 기증했고, 3만5천821점을 사들였다. 기증품은 주로 한글로 쓰인 책이나 오래된 서찰들이다.

구입은 경매에 참여하거나, 공개 구입한다. 최근에 한글박물관이 소재를 파악하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알려 재단이 구입해 박물관에 기증한 사례가 있다. 지난 1월 들여온 조선의 마지막 공주, 순조의 셋째 딸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자료들이다. 덕온공주 가문의 유물이 400점 정도 있었는데 이번에 미국에 있던 83점을 더 기증받았다.

덕온공주 컬렉션으로 오는 4월25일부터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이라는 기획전을 갖는다. 덕온공주에 대해서는 2016년에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덕온공주 한글 자료'라는 전시도 열었다.

-- 신생박물관으로서 관람객 유치는 어떻게 하는가.

▲ 체험프로그램이 있어서 초등학생, 유치원생 등 단체로 오는 경우가 제일 많다. 가족 단위 관객들도 늘고 있다. 국내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는 외국인들이 단체로 온다. 국제교류재단에서 초청하는 외국인 유력인사들, 주한 외국대사관들을 통해 본국에서 오는 손님들, 세종학당이 한국에 초청한 외국인 우수학습자들이 방문하도록 한다. 이들을 위해서는 특별 해설도 하고, 음식, 의복, 놀이와 관련된 체험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물론 스스로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도 많다.

-- 한글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 세종학당, 재외 한국문화원들의 활동이 주가 되고 한글박물관이 협력한다. 세종학당에 한글 교육 자료를 보내거나, 프로그램 지원, 강사파견 등의 도움을 준다. 올해 사업 중 하나가 각 재외 한국문화원에 패키지로 만든 한글 관련 전시자료를 보급하는 것이다. 문화원마다 서로 다른 내용을 전시하면 안 되니까 한글과 관련된 자료들을 패키지로 만들어 전시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촬영 정하종]

-- 한글디자인 연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글의 디자인 그 자체를 다루는 것으로, 한글의 조형성과 관련된 연구와 전시, 교육 활동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체를 보는 것이다. 서예로서의 서체, 옛날 활자인쇄 할 때의 타이포그래피, 요즘 디지털 시대의 폰트와 관련된 조사, 연구, 진흥 활동을 하고 있다.

해마다 한글의 조형성과 관련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017년에는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2018년에는 '소리 x 글자 : 한글디자인'을 했고, 올해는 '한글실험프로젝트 : 문자를 넘어서'를 할 예정이다. 단순히 유물전시가 아니고 한글을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 측면에서 연구와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체에 관해서는 한글 서체의 역사, 흐름을 연구하고, 유물을 수집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폰트이다. 한글 폰트의 역사를 연구하고, 폰트와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해서 디지털 사전을 만들었다. 폰트를 이미지로 검색을 할 수 있고, 스캔하면 그게 어떤 폰트인지 확인할 수 있다. 폰트 종류별로 4천종 이상을 정리했다. 한글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한글꼴 큰사전'으로 들어가면 된다.

또한 용비어천가, 두시언해 등 고전의 한글 글자체를 모두 스캔해서 집자를 하고 '옛글꼴누리'라는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 한글문화 확산의 의미는.

▲ 한글박물관의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한글, 한글 역사, 한글문화를 소재로 한 전시, 두 번째는 소장품을 주제로 한 전시, 세 번째는 한글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

한글문화 소재 전시는 한글과 연관된 문화영역들, 예를 들어 한글과 광고, 한글과 전래동화, 한글과 동요 등. 이런 식으로 한글을 통해 구현되는 문화영역들에 대한 전시이다.

개관 5주년 특별전으로 한글의 위대한 스승들을 다룰 계획이다. 알려지지 않은 주요 인물들을 발굴한다. 예컨대 안동의 종갓집 며느리가 한글로 요리책을 만들었다든지, 택지개발 사업으로 번 돈으로 서울 중구 계동에 조선어학회 사옥을 기증했고, 이 일로 조선어학회 사건 당시 옥고를 치렀던 북촌 부동산개발업자 정세권 같은 분들을 소개한다….

한글로 아름다운 시를 쓴 윤동주, 한글로 어린이 잡지를 만들어 한글을 본격적으로 보급한 방정환 등 역사 속의 인물을 주제로 전시하는 것도 한글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 한글과 관련해서 남북교류의 여지는 있는가.

▲ 2008년도까지 남북한이 공동으로 폰트를 개발했다. 당시 남북교류가 활성화됐을 때인데, 만약 한글박물관 차원에서 남북교류를 한다면 그런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남북이 공동개발하다 중단한 폰트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을 한다면 한글박물관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자료들도 수집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사전의 재발견' 전시에서는 북한 사전도 소개했다.

-- 앞으로의 과제는.

▲ 한글박물관을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고, 대중 친화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국악공연, 어린이를 위한 복화술 공연, 영화 상영, 상표공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나 국립문학관 등이 개관하면 한글박물관이 신생박물관들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 같은 국립박물관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외적으로는 세계박물관협회(ICOM), 세계인쇄박물관협회 등에서 회원국 지위를 갖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제학술대회도 기획하고 있다. 세계 박물관 계에서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외활동을 강화하려고 한다.

정조가 큰외숙모 여흥민씨에게 보낸 한글편지
정조가 큰외숙모 여흥민씨에게 보낸 한글편지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은 행정고시(32회)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장, 문화예술정책실장, 국민소통실장을 지냈다. 2018년 1월부터 제4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k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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