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지점 표시 복원도 완료…역사적 의미 부여 애쓴 흔적
관람객 발길 이어져…10월 의거 110주년 행사 여부는 미정

(하얼빈=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 기차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다시 문을 열었다.

하얼빈역 확장공사로 인해 인근 조선민족예술관으로 임시 이전했던 기념관은 약 2년만인 지난달 30일 다시 원래의 자리인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

기념관 측은 중국 측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했던 2014년 1월과 달리, 이번에는 별도의 개관식 없이 현지 매체에 짧은 재개관 광고만을 냈다.

2일 하얼빈역에서 만난 기념관 관계자들은 "별도 행사는 없었고, 앞으로도 예정된 재개관행사는 없다"고 답했다.

오는 10월 안 의사 의거 110주년 행사를 기념관에서 열 수 있을지도 아직 분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아침 하얼빈역에서 일본 초대 총리와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을 지낸 거물이자 한반도와 만주 침략의 원흉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게 세 발의 총탄을 날렸다.

2014년 역사 내에 기념관이 들어선 이후 2015, 2016년에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등이 거사일에 맞춰 이곳에서 추모식을 한 바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추모식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념관은 하얼빈역 남(南)광장측 역사를 정면에서 봤을 때 주 출입구 왼쪽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역사 정면에는 기념관 위치를 알려주는 별도 표시가 없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념관 내부에는 안 의사 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한 상징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졌다.

기념관 입구로 들어서면 안 의사의 전신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안 의사는 오른손에 모자를 든 채 주먹을 쥐고 있었고, 잘려나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의 단지(斷指)도 그대로 표현돼있었다.

안 의사는 한반도 모양의 형상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동상 뒷벽에 있는 한글과 한자는 안 의사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독립과 해방에 공헌했음을 의미한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동상 위에는 거사 시각인 9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계 모양 조형물이 있었고, 안 의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는 세 개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었다. 이는 안 의사가 이토에게 세 발의 총탄을 쏜 것을 의미한다고 기념관 측은 설명했다.

동상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공간이 나오는데, 전시관 출입구는 하얼빈 자오린(兆麟) 공원 입구 모양을 본따 만들었다.

안 의사는 "내가 죽은 뒤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이때 등장한 하얼빈 공원이 바로 자오린 공원이다.

안 의사는 우덕순 의사와 자오린 공원에서 의거 실행 방안을 상의하고 유동하 의사와 함께 자오린 공원 남문 밖에 있는 사진관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다.

전시관은 안 의사의 출생과 성장, 구국 계몽운동, 의병투쟁, 하얼빈 의거, 법정투쟁, 유언, 평가 등의 순서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전시관 한쪽 끝에 대리석 계단으로 단을 높여 만든 지점에서는 창밖으로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지점을 복원해둔 플랫폼을 볼 수 있었다.

플랫폼 바닥에는 지난해 12월 역사 재개관 당시에는 없었던 '안중근 격살 이등박문 사건 발생지' 현판이 다시 걸렸다.

또 암살 당시 안 의사와 이토가 있던 지점을 뜻하는 삼각형과 사각형이 각각 복원돼 있었다.

삼각형 안에 있는 별 7개는 안 의사(안응칠)를 뜻하고, 사각형 내 동심원 3개는 세발의 총성을 뜻한다는 것이 기념관 측 설명이다.

기념관 내부 바닥에도 삼각형과 사각형을 다시 한번 재현해놨는데, 삼각형과 사각형 간 거리는 저격 당시 두 사람의 거리와 비슷한 대여섯 걸음으로 했다.

사각형 바로 뒤에는 저격 장면을 설명하는 전시물이 걸려있었다.

이 밖에도 전시관 곳곳에는 안 의사를 상징하는 삼각형과 일곱개의 별 등이 표시돼있었다.

이날 하얼빈역에는 기념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은 "중국인들에게 물어봐도 잘 몰라서 기념관이 없는 줄 알았다"면서 "그래도 기념관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니 안 의사의 의거를 깊이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 시민단체 회원 김필운씨는 "아직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는데 일제가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대학생 고서영씨는 "규모가 생각보다 작지만,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대로 왜곡 없이 잘 해놓은 것 같다"고 밝혔다.

50대 중국인 여성 왕(王)모 씨는 "기념관을 보기 위해 선전(深천<土+川>)에서 왔다"면서 "안 의사는 보기 드문 영웅으로 안다"고 말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