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부부 가린다며 성생활 질문 등 '굴욕적' 조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영국 내무부 소속 조사관들이 시민권 취득을 위한 '위장 결혼'을 단속한다며 새벽에 부부의 침실을 급습하거나 결혼식 도중 부부를 각기 다른 방으로 불러 성생활에 관한 질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진짜 부부들이 위장 결혼 단속반으로부터 모욕적인 조사를 당한 사례를 모아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 카심(29)과 포르투갈 출신 데버러(33) 부부는 2016년 1월 새벽 집에서 자던 중 같은 침대를 쓰는지 확인하려는 내무부 조사관들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데버러는 "우리는 분리돼 심문받았고, 이후 카심은 우리 부부가 진짜라는 것을 내무부가 확인할 때까지 4개월간 구금됐다"고 설명했다.

카심은 "구금 기간 내내 충격과 트라우마 상태에 있었다"며 "내무부가 집안에 들이닥쳤던 것은 정말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부는 내무부가 그들의 결혼이 가짜인지 조사하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들었지만, 결혼식장에 조사관들이 들이닥쳤다고 주장했다.

조사관들은 이들을 각기 다른 방으로 옮겨 성관계와 피임 등 성생활에 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신부는 너무 괴로워 답변을 거부했고, 내무부 조사관들은 이 결혼이 가짜라며 결혼식을 중단시켰다.

이들 부부는 너무 굴욕적이어서 차마 하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피로연을 계속했다고 변호사를 통해 가디언지에 밝혔다.

시민권을 신청한 영국인과 태국인 게이 커플도 내무부에서 인터뷰를 받다가 모욕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사관이 태국인 남성의 휴대폰을 뒤져 이전 파트너에게 이메일로 보낸 나체사진을 찾아내 인터뷰실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영국인 남성은 "내 파트너는 이 모든 경험이 역겨웠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 커플은 이민 소송을 통해 이겼다.

영국 내무부는 개별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유럽 국가들이 이민자 문제를 겪는 가운데 영국은 몇 년 전부터 결혼을 통한 시민권 취득을 좀 더 어렵게 만들었다.

2015년 법 개정에 따라 국제결혼을 하려는 사람은 내무부에 신고해야 하고, 내무부는 위장 결혼 여부 조사를 위해 최대 70일까지 결혼식을 연기시킬 권한이 생겼다.

가디언지가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혼인 신고 담당자가 위장 결혼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에 알린 사례가 2014년 2천38건에서 지난해 2천868건으로 40% 증가했다.

내무부는 위장 결혼으로 판정된 건수는 공개를 거부했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