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 금호아시아나는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그룹 상징이자 핵심 자산인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이런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면 금호아시아나는 일단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가 떨어져 나가면 한때 재계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리조트만 남는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전락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서는 읍참마속의 선택으로 읽힌다.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서라도 현재의 급박한 불을 끄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다. 다른 계열사라도 살려야 이를 발판으로 부활을 꿈꿀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박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담보설정 등을 조건으로 5천억원의 자금 수혈을 받으려 했으나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이어진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의 뿌리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의 자금 동원력에 걸맞지 않은 무리한 인수가 경영수지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그 후에도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대우건설 매각,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추진 등 악재가 겹쳤다. 어려움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삼다가 결국 아시아나마저 어려움에 빠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 전 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2009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도 갈등을 빚다 동반 퇴진한 뒤 2015년 그룹 재건을 선언하며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사태는 아무리 재벌가의 총수라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큰 기업이 경영실패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정부와 채권단은 정책적 고려를 바탕으로 보통은 자금을 지원하는 쪽을 택했다. 대마불사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대주주가 경영실패에 상응하는 책임을 확실하게 지지 않는데도 정부나 채권단이 국민의 세금이나 자산을 지원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이제는 재벌가 총수든 평범한 기업인이든 주주와 고객 가치를 우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언제라도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