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연금 투자기업이 사내이사와 감사의 연봉을 과도하게 올리면 '요주의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은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의 덩치나 경영실적에 비해 이사·감사의 보수 한도를 지나치게 올리는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오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개선하지 않으면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해 압박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경영 책임자인 사내이사나 감시자인 감사가 이사회 의결과 주총 승인을 거쳐 연봉을 올리는 것은 합법적인 것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이사회가 거수기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기업 총수의 황제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과도한 이사·감사 보수 한도 인상이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더욱이 보수 한도 인상은 기업 총수나 이사·감사 모두에게 나쁠 게 없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안건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인상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적정한 우호지분만 확보하면 너도나도 보수 한도를 올리려 할 게 뻔하다.

이런 식으로 올리다 보니 사내이사·감사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 사내이사의 평균 연봉은 11억4천만원에 달했다. 일반 직원 평균 연봉 8천400만원보다 13.6배나 많다. 재벌총수 일가 출신의 최고경영자는 일반 직원보다 평균 35배(2017년 기준)나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들이 창의적 발상으로 뛰어난 경영성과를 올리거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대가라면 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경영성과도 없이 보수 한도만 올린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일반 직원 등 기업 구성원에 돌아가야 할 몫이나 협력업체에 귀속돼야 할 몫,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침해당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지분을 활용해 지나친 보수 한도 인상에 제동을 걸려는 취지나 방향에 충분히 공감한다. 물론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이사·감사 보수 한도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간섭하려 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집중관리 대상 선정 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 이사회가 총수에 종속된 상황에서 덩치나 경영성과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보수 한도 인상을 제어할 장치는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밖에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처럼 최고경영자 연봉을 일반 직원이나 최소 연봉자의 일정 배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살찐고양이법'의 입법화를 차츰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