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전력' 진주 피의자 횡설수설…불특정 다수 노려 시민 불안
전문가 "사회적 재난 되기 전 범정부 차원 안전망 구축해야"

(진주=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17일 경남 진주에서 고의로 불을 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두른 40대 남성이 검거된 가운데 묻지마식 극악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안모(42·남)씨가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4층 본인 집에서 불을 지른 건 이날 오전 4시 29분께였다.

당시 119에는 인근 주민으로부터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안씨는 방화 뒤 아파트 계단 창 쪽으로 나가 연기 등을 피해 대피하려는 이웃들을 노렸다. 두 손에는 흉기 두 자루를 쥐고 있었다.

'묻지마 칼부림'의 공포...진주 아파트서 방화·흉기난동/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무방비 상태로 안씨와 맞닥뜨린 초등학생 6학년·고등학교 3학년 등 10대 여학생 2명과 56세(여)·64세(여)·74세(남) 주민 3명은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이 밖에 안씨 흉기에 찔린 6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 연기 등으로 다치거나 충격을 받은 7명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존건조물방화 및 살인 혐의로 체포된 안씨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기에 대해서는 다소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안씨는 혼자 살며 평소에도 이웃이나 다른 시민들을 상대로 수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씨가 다수 주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범행한 만큼 묻지마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같은 범행은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져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0분께는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이모(21·남)씨가 공부하던 다른 손님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검거됐다.

이씨는 1명을 다치게 한 뒤에도 흉기를 든 채 테이블 등을 발로 차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거의 만석이었던 커피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11시 40분께는 인천시 동구 한 공원 앞 도로에서 60대(남)와 30대(여) 행인을 차례로 흉기로 찌른 혐의로 58세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과거 조현병 증세로 14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해당 남성은 경찰 수사에서 횡설수설하며 범행 동기 등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식 범죄가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비교적 공고했던 사회안전망이 갈수록 쪼개지는 가운데 혼자 생활하며 더 잃을 게 없는 처지에 놓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그렇게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겪은 갈등과 분노가 쌓이며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개인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묻지마식 범죄가 사회적 재난에 이르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안전망 등을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