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숲으로 가자/ 나무들이 손짓하고 있지 않나!// 잎이란 잎은 죄다 떨구고/ 매서운 하늬바람,/ 진눈깨비 속에서도/ 알몸으로 모질게 견뎌온 나무들이/ 이른 봄날/ 파랗게 물든 꽃말들을 터트리더니/ 어느새/ 그 꽃말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는 싱그러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저,/ 울울창창한/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자' 부분)

시인 김월준의 새 시집 '숲으로 가자'(문학수첩 펴냄)에선 시력(詩歷) 60년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난다.

청마 유치환의 추천으로 1966년 등단한 그답게 정제된 시어와 경쾌한 운율이 돋보인다.

실제 이번 시집에는 청마 선생에 대한 헌사도 실었다.

중국 하얼빈에서 방정현까지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일제 강점기 가솔을 데리고 만주로 피해야 했던 스승의 행적을 떠올리는 시다.

'산이라곤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그 속에서 피울음을 삼키며 노래하던/ 청마 선생이/ 오늘따라 왜 이리 그리운지/ ('청마선생 행적을 찾아서' 부분)

시집 전체에서는 '청록파' 3인의 시작을 연상케 하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청록파 박목월 시인에게 바치는 시도 있다.

'탄광근로자들의 억센 모습을 보시고/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극구칭찬 하시면서 노랫말을 써주신 것이/ 오늘날 부르고 있는 대한석탄공사 사가다/ 지금도 대한석탄공사 사가를 떠 올릴 때마다/ 목월 선생 생각이 절절하다/ ('목월 선생' 부분)

해설을 쓴 김석 시인은 "읽을수록 도도하고 싱싱한 리듬이어서 숲의 행진곡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김월준 시인은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고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검은 땅 검은 꽃', 시조집 '푸른 말 내닫다' 등이 대표작이다. 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월간문학 주간 등을 역임하고 현재 문인협회 고문이다. 16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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