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처럼 국기 새겨진 모자 써…여론조사서 차이잉원 총통 앞서

(타이베이·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의 창립자인 대만의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정밀공업 회장이 대만 총통직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17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궈 회장은 이날 오후 중국국민당(국민당) 당사를 방문해 명예당원증을 수여받고 나서 내년 1월 치러질 대선을 위한 국민당 당내 경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판 트럼프'로 불리는 궈 회장은 이날 대만 국기가 새겨진 파란색 모자를 쓰고 나와 미국 국기가 새겨진 모자를 즐겨 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이날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대만의 유명한 도교 사원인 츠후이궁(慈惠宮), 우성궁(武聖宮) 등 2곳을 방문해 "꿈속에 마쭈(女+馬祖·도교 신앙 속 여신)가 대만의 젊은이를 위해 일을 하라고 현몽했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그간 대만에서 국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 시장은 아직 대선 출마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지금껏 대만에서는 여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 국민당의 한 시장,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이 차기 총통 자리를 놓고 4파전 양상을 보여왔는데 대만의 대표적인 기업가인 궈 회장의 가세로 판도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날 대만 NEXT TV는 대만의 파운트 미디어가 산수이(山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궈 회장이 출마할 경우 집권 민진당 소속인 차이 총통, 라이 전 원장 중 누가 대선 후보로 나와도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국민당 경선을 가정한 조사에서는 한 시장, 궈 회장, 왕진핑(王金平) 전 입법원장,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시 시장이 각각 25.4%, 22.9%, 19.1%, 18.6%의 지지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 시장은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지금은 2020년 대선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궈 회장의 심사숙고 결과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그가 궈 회장을 지지할지, 출마 의사를 밝히고 경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궈 회장이 세운 훙하이정밀은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이다.

중국 본토의 여러 공장에서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를 대량으로 고용해 아이폰 등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훙하이정밀의 자회사로서, 애플의 최대 협력사이다.

그는 대만 기업인이지만 중국 본토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에 친중 성향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로 작년 훙하이정밀 주가가 40%가량 급락하기도 했지만 궈 회장은 대만의 대표적인 부자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만판 트럼프'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궈 회장은 대만의 최고 부호로서 세계 206위로 16일 현재 77억 달러(약 8조7천518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