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법원이 댓글 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보석을 허가했다. 1심 선고로 법정 구속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1월 30일 이후 77일 만이다. 허익범 특검 측은 김 지사의 태도로 볼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피고인에게 적용돼야 할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보석 심문에서 원론적이긴 하지만 보석불허 사유가 없다면 불구속 재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보석을 예고하기도 했다.

재판에 관계된 사람들과 접촉 엄금, 주거지 및 출국 제한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붙긴 했지만 보석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극단적으로 다른 반응들이 나오는 등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법 조항에 따른 법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고 환영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공정한 재판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른 정당들도 각기 입장에 따라 "합당한 결정", "청와대 눈치 보기" 등의 표현으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 됐든 법원의 보석 결정은 내려졌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수감된 이래 보석 여부를 두고 이어진 논란에서 법원은 일단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귀와 눈을 의심케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원에 대한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민감도가 높은 김 지사 관련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쉽게 의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시절 큰 과오를 범한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기도 한데, 어느 조직이고 개혁이 생각처럼 쉽게, 신속히 진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 지사 보석 결정이 봐주기라는 지적과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명확한 증거를 기반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이뤄지는 공정한 재판이 요구된다. 지난 1월 1심 선고 직후 일부에서는 당시 담당판사인 성창호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사법농단 수사 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성을 의심했다. 성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결이라는 의심을 초래하는 상황이 나와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1심 판결 때 직접적 증거가 아닌 '심증'이 많이 작용했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 봐주기라는 의심을 사서도 안 된다. 재판부는 철저한 증거주의를 토대로 향후 드루킹 재판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