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국 부장판사 증언…"林 지시로 이정현 의원 만나 사법 한류 설명"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7일 임 전 차장 재판에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 통영지원 부장판사)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시 전 심의관은 행정처 근무 시절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등 각종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다. 그 역시 감봉 3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신문에서는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한 과정이 드러났다.

시 전 심의관은 그중 한 사례로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2015년 6월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피고인으로부터 이정현 의원을 만나서 사법 한류 방안을 설명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피고인이 그걸 토대로 저보고 세부 설명을 하러 방문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법 한류 방안은 당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기여할 아이디어로 고안한 것이다. 국제상사법원이나 국제중재센터를 한국에 신설하는 계획이었다.

시 전 심의관은 이 의원을 만나라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었다"며 "두세번 '제가 가서 만나는 게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더니 피고인이 '이미 얘기가 다 됐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시 전 심의관은 당시 혼자 국회 의원회관으로 이 의원을 찾아가 10분가량 세부 설명을 했고, 이를 들은 이 의원이 "이건 바로 BH에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시 전 심의관은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두고 '말씀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사법부의 국정 운영 협력 사례를 정리했다고 증언했다.

'사법부 협력 사례'는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아이디어라는 말도 임 전 차장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시 전 심의관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건 등을 협력 사례로 정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임 전 차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상고법원 설득방안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을 때 "VIP는 보고서가 한장을 넘어가면 안 좋아하고 도표를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시 전 심의관과 함께 말씀자료를 준비한 박상언 전 심의관은 이메일에서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할매(의 사법부) 불신 원인은 정말 소설입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의 걸림돌 중 하나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반(反) 법원 정서'라고 분석했다. 시 전 심의관은 이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이 어느 회식 자리 후 우 전 수석에게 전화해 "우리 법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상고법원을 도와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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