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8월 18일까지 '덕온공주 집안' 특별전
윤용구·윤백영 한글 자료, 복온공주 글씨첩 등 200여점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봄볕은 고요하고 맑은 기운이 밝게 비추며 돈다. 꽃이 비단 같은 동산에 함께 피며, 버들은 금당(金塘)에 가지런히 떨친다. (중략) 실로 궁궐 후원을 마음껏 번화하게 하여 가히 상청(上淸)의 선경(仙境)이라 하리니, 이는 전의 봄 경치다."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 마지막 공주(정실 왕비가 낳은 딸)인 덕온공주(1822∼1844)가 효심을 담아 5.28m 길이 종이에 곱고 정성스레 쓴 한글 유물인 '자경전기'가 공개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5일 개막한 개관 5주년 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에서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이 미국에서 매입한 유물인 덕온공주 '자경전기'를 선보였다.

'자경전기'는 덕온공주가 아버지 순조가 지은 한문 '자경전기'(慈慶殿記)를 한글로 옮겨 적은 자료다. 정확한 작성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순조가 세상을 떠난 1834년 이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순조는 정조 비인 효의왕후로부터 자경전 유래를 정리한 글을 지으라는 명령을 받고, 전각 위치와 사계절 경치를 소재로 삼아 '자경전기'를 완성했다. 자경전은 덕온공주 할아버지인 정조가 모친 혜경궁 홍씨를 위해 1777년 창경궁 안에 세운 전각인데, 그 건물은 없어지고 현재는 터만 남았다.

덕온공주가 단아한 한글 궁체로 쓴 '자경전기'는 순조가 지은 '자경전기' 탁본첩과 나란히 전시됐다.

이재정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모두 편 한글 '자경전기'를 볼 드문 기회"라면서 "정조, 순조, 덕온공주로 이어지는 조선왕실 3대의 깊은 효심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덕온공주와 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이 남긴 자료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박물관이 2016년 개최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 자료'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덕온공주 전시로, 2016년부터 지난 1월까지 수집한 덕온공주 집안 자료 400여 점 중 200여 점을 공개한다.

덕온공주는 양반가 자제 윤의선과 혼인했으나, 자식들이 일찍 죽었고 나중에 윤의선이 윤용구를 양자로 들였다.

윤용구는 벼슬길에 나아가 이조판서에 올랐으나 일제가 국권을 침탈하려 하자 서울 장위산에서 은거하며 지냈다. 그는 한학자이면서도 한글에 유달리 큰 관심을 보였다.

1899년에 중국 여성들의 행적을 정리해 펴낸 '여사초략'을 보면 윤용구의 한글 사랑이 느껴진다. 그는 큰딸 윤백영을 위해 한문과 한글 번역문을 함께 썼다.

또 중국 상고시대부터 명나라까지 다룬 중국 역사서 '정사기람'과 중국 여성 열전인 '동사기람'도 한글로 필사했다. 조선시대에 사대부 남성이 한글로 쓴 편지는 적지 않지만, 이처럼 중국 역사를 한글로 옮겨 적은 사례는 드문 편이다.

윤백영은 '정사기람' 중 한국전쟁 이후 분실된 권19를 보충해서 썼고, 각종 자료에 서지 정보를 기재해 붙였다.

전시에는 덕온공주 집안 3대 자료뿐만 아니라 덕온공주 언니인 복온공주(1818∼1832)와 오빠 효명세자(1809∼1830)가 쓴 한글 유물도 나왔다.

특히 복온공주가 11살에 쓴 글씨첩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글씨첩은 한글 시 7편과 한문 시 3편으로 구성되며, 현존하는 유일한 복온공주 글씨 자료다. 아버지 순조가 점수와 상품 목록을 적었는데, 임금이 딸에게 직접 작문을 가르쳤음을 알려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효명세자는 누이동생들을 위해 한시를 모은 '학석집' 일부를 한글로 번역했다. '학석'(鶴石)은 효명세자 호다.

이외에도 덕온공주 인장과 노리개, 덕온공주 살림집인 저동궁에서 사용한 나무그릇, 윤용구 유품, 윤용구와 윤백영 부녀가 한글로 쓴 관혼상제 예법을 선보인다.

이 과장은 "덕온공주 가족과 후손들이 대를 이어 쓴 한글은 교감과 존경을 표현하는 도구였다"면서 "덕온공주 집안 한글 자료가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관람료는 없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