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하위계층 소득 문제 놓고 '신경전'…대체로 사실 기반한 토론

(서울=연합뉴스) 팩트체크팀 =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일 유튜브 공동방송 '홍카레오'에서 10가지 주제를 놓고 160여분 간 '토론 배틀'을 벌였다.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 보수와 진보 ▲ 한반도 안보 ▲ 리더십 ▲ 패스트트랙 ▲ 정치 ▲ 민생경제 ▲ 양극화 ▲ 갈등과 분열 ▲ 뉴스메이커 ▲ 노동개혁 등의 주제에 대해 각자 의견을 밝힐 때는 나름의 근거를 들이대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이번 토론에서 두 사람이 쟁점별로 내세운 주요 주장 중 일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 홍 "선거법 일방 처리 사례 없어" vs 유 "바꾼 적이 없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충돌했다.

홍 전 대표는 "87년도 이후 선거법을 일방 처리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고, 유 전 장관은 "(선거법을) 협상해서 바꾼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유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나서 1인 2표제로 바꾼 것 빼면 나머지는 다 선거구 조정에 관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주장과 유 전 장관의 주장 모두 사실과 다르다.

우선 홍 전 대표의 말과 달리 1988년 소선거구제를 도입할 당시 여야 합의가 아닌 날치기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8년 3월 8일 기사에 따르면 이날 새벽 야당 의원들이 단상 주변을 점거한 가운데 비상출입문으로 입장한 장성만 국회부의장이 의안을 상정하자 여당이었던 민정당 의원들이 '이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고 1분 만에 선거법안을 통과시켰다.

단상 주변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장 부의장이 의사봉을 집어 드는 순간 '날치기다'라며 의장석 마이크를 뽑아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고, 이후 선거법 처리가 불법으로 무효라며 민정당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선거구 조정 이외의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이 없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04년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으로 26명 늘리는 등 국회의원 수를 조정하는 선거법 개정이 몇 차례 이뤄졌고 2005년에는 선거연령을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2009년에는 19세 이상 재외국민에게 대통령선거와 총선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등 여러 차례 선거법이 개정됐다.

◇ 미국에 대한 엇갈린 평가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미국에 대한 평가에서도 엇갈렸다.

홍 전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양당제를 채택한 미국이 가장 안정적이며, 그 근거 중 하나로 미국은 실업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미국은 좋은 사회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제도도 엉망이고, 총 쏴 (사람을) 죽이고, 대학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부터 다 빚더미로 나간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사실에 가깝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맥락상 '미국의 실업률이 매우 낮다'고 풀이될 수 있는데,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주요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업률을 보면 미국은 3.9%로 뒤에서 11번째로 낮았고, 올해 1분기에도 3.8%로 뒤에서 10번째를 기록했다.

더구나 미국 실업률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로 지난 4월에는 3.6%를 기록해 지난 1969년 12월 3.5%를 기록한 이후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다만, 이 기간 한국의 실업률 역시 미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국 실업률은 지난해 3.8%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9번째였는데, 이는 미국보다 낮은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3.9%로 미국 실업률을 0.1% 상회했다. 지난 4월에는 4.1%였다.

미국 건강보험과 총기소지문제, 대학 학자금 제도에 대한 유 이사장의 부정적 평가도 대체로 사실이다.

미국은 2017년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17.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8.8%다. 반면, 미국의 의료비 지출 중 공공 부문(세금·사회보장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0.3%로 절반을 겨우 넘는다. OECD 평균은 70%를 상회한다.

이 기준에서 미국은 해당 자료가 있는 OECD 22개국 중 최하위권인 21위다.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총기·화기류가 유발한 사망자가 3만9천773명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학생의 학자금 부채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도 맞다. '대학 진학과 성공 연구소'(Institute for College and Succes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대학 졸업생 3분의 2 이상이 부채를 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액은 2만9천650달러(약 3천500만원)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학자금 대출 규모가 1조5천억 달러(약 1천788조원)를 넘어섰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 하위계층 소득 문제 신경전도 '팽팽'

두 사람은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홍 전 대표는 "하위 20% 계층의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섰다"며 "2003년 통계청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연합뉴스가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해 작성한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분위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명목 공적 이전소득은 45만1천700원을 기록해 근로소득(40만4천400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2003년 가계동향조사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공적 이전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사회보장수혜금이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데이터 세부 내역을 보면 하위소득 계층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최근 2, 3년간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그분들은 경제활동을 못 하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당시 1분위 가구주 중 노인 비중이 급증했다.

당시 70세 이상 노인 가구주는 43.2%로 전년도 36.7%에 비해 6.5%포인트나 늘었으며, 이는 2003년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대 소득하락(-8.0%)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최신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주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54.9%에서 52.2%로 2.7%포인트 줄었고, 1분위 가구주 평균연령 역시 63.3세로 1년 전(63.4세)보다 0.1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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