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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승부사' 서봉수 "요즘엔 AI한테 매일 바둑 배워요"

송고시간2019-06-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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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국제시니어 대회 개인전 4강과 단체전 역전 우승 견인

"AI와 인터넷을 보지 않는 프로기사는 바둑을 포기한 사람"

"바둑은 미지의 세계, 모험심과 도전 정신으로 헤매는 재미가 있다"

서봉수 9단
서봉수 9단

[신안=연합뉴스]

(신안=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반상의 승부사 서봉수(66) 9단을 지칭하는 말은 많다.

일본 유학을 하지 않고도 1970∼80년대 일가를 이뤘다고 해서 '된장 바둑', 매끈한 포석·정석과 행마에 얽매이지 않고 매 판 치열한 수법을 구사한다고 해서 '잡초 바둑'이라고도 한다.

한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살았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서 9단은 지금도 여전히 강인한 승부사 기질을 지니고 있다.

서봉수 9단은 12일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막을 내린 '2019 1004섬 신안 국제시니어바둑대회' 개인전에서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4강까지 진출했고 단체전에서는 역전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그는 개인전 4강에서 패했던 대만의 왕리청 9단을 단체전 최종 라운드에서 다시 만나 불계로 설욕했다.

모처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감회가 남다를 법도 하지만 그는 "왕리청을 상대로 개인전에서는 완패했고, 단체전에서는 운 좋게 완승했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지금도 매일 바둑 공부를 한다는 서 9단은 "바둑은 하루만 공부하지 않아도 두뇌 회전이 되지 않는다"며 "요즘엔 인공지능(AI)을 통해 매일 대국을 하면서 바둑을 배운다. AI가 이제 선생님"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봉수 9단과 일문일답.

서봉수(오른쪽) 9단과 왕리청 9단
서봉수(오른쪽) 9단과 왕리청 9단

[한국기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시니어 국제대회에 참가한 소감은.

▲ 우선 이렇게 좋은 대회를 개최한 신안군에 감사드린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바둑을 둔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일본과 중국, 대만 기사들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40년 만에 본 기사도 있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시니어 대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인전에서 4강에 올랐고 단체전에서는 역전 우승을 했다. 특히 서 9단은 개인전 4강에서 패했던 왕리청 9단을 단체전 최종전에서 다시 만나 이겼는데.

▲ 개인전에서는 이길 기회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완패했다. 단체전에서는 운 좋게 완승했는데 설욕했으니 기쁘다.

--요즘도 바둑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평소 공부를 어떻게 하나.

▲ 요즘은 AI를 매일 붙잡고 산다. AI가 최신 기보도 자세히 설명해 주니 공부하기가 아주 편하다. AI를 통해 다른 기사들 기보도 보고 직접 대국을 하면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공부하는 환경이 정말 좋아졌으니 온종일 바둑만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도 인터넷이나 AI를 자주 접했는가.

▲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지 않나…. AI는 알파고가 등장한 뒤에 접하기 시작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모두 프로기사라면 AI를 접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AI가 선생이다.

--다른 시니어 기사들도 AI를 통한 공부를 많이 하는가.

▲ 대부분 AI를 통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AI나 인터넷을 보지 않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바둑을 포기한 사람이다. 바둑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터넷 바둑에서 누군지도 잘 모르는 ID와 바둑을 두고, AI와도 대국하면서 매일 배우고 있다.

서봉수(오른쪽) 9단과 일본 다케미야 마사키 9단
서봉수(오른쪽) 9단과 일본 다케미야 마사키 9단

[사이버오로 제공]

-- 바둑은 언제까지 둘 계획인가

▲ 머리 회전이 되는 날까지…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할 것이다. 내가 바둑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날까지는 매일 바둑을 둘 것이다.

--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바둑은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 체력 관리를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그냥 산책하면서 가볍게 걷는 정도다. 하지만 요즘 바둑이 점점 속기화 되면서 체력적으로 아직 문제없다.

-- 시니어 기사들은 초읽기에 들어가거나 속기 대국에서 실수가 잦은 편인데.

▲ 초읽기나 속기는 누구나 어렵다. 감각으로 둘 수밖에 없으니 실수가 많다. 속기를 잘 두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는데, 나는 머리가 나쁘고 두뇌 회전도 느려서 속기에 약하다. 하지만 바둑을 많이 두면서 속기 훈련도 해서 지금 정도 두고 있다.

골프 선수도 하루 쉬면 다음 날 샷이 안된다고 하더라. 나 역시 바둑 공부를 하루만 하지 않으면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다.

요즘은 TV 시청자를 위해 바둑이 점점 속기화됐기 때문에 연습량이 훨씬 많아졌다. 예전에는 조금 놀 시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놀 시간도 없어졌다.

서봉수 9단
서봉수 9단

[신안=연합뉴스]

-- 아직도 공부하는 바둑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는가.

▲ 예전에 일본에서는 바둑을 예도라고 했다. 지금도 일본은 바둑을 스포츠 범주에 넣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바둑은 게임이라고 해야겠다. 최고의 두뇌 스포츠 게임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과 겨루면서 최고의 두뇌 스포츠게임으로 바둑을 정하고 이세돌 9단과 대국했을 때 바둑두는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웠다.

-- 그럼 서봉수 9단에게 바둑은 무엇인가.

▲ 바둑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모험심과 도전 정신으로 헤매는 재미가 있다. 늘 새롭기 때문에 매 판 아이디어를 내고 창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다.

-- 젊은 시절 국내 대회와 세계대회에서 웬만한 우승을 다 했는데 앞으로도 목표가 있다면.

▲ 솔직히 목표는 없다. 그냥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바둑을 계속 둘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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