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전 중국 인민은행장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무역 갈등이 각국의 통화 평가절하 경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 인민은행장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금융학회장은 14일 상하이 푸둥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루자쭈이(陸家嘴) 포럼 기조연설에서 "무역 분야에서 생긴 문제가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나라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면 자국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나타났던 경쟁적인 평가절하 움직임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우 전 행장은 "만일 모두가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나선다면 세계 금융 질서는 다시 혼란스러워지고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우샤오촨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이나 인민은행장을 지내면서 중국의 외환 정책을 책임져 '미스터 런민비(위안)'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인민은행장 퇴임 후에는 보아오포럼 부이사장, 중국금융학회장을 맡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중국 경제와 관련해 비교적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우 전 행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중국 현직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미·중 무역 전쟁 격화 속에서 나타난 위안화 가치 급락이 긴장을 격화시킨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안화 환율을 당분간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에 맡겨둘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나왔다.

이번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향후 초래될 수 있는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해 중국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해도 이는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미리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기본적인 안정'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면서 환율 안정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홍콩에서 이달 말 환율 방어용 단기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기로 하는 등 실제 환율 안정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보유 달러를 시장에서 대규모로 매도하는 등의 강력한 방식으로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고율 관세 상쇄 효과를 노려 위안화 가치 하락 추세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3조1천10억 달러로 전달보다 61억 달러 증가했다.

5월 외화보유액은 월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가 중국 정부가 시장에서 보유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환율방어에 나서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4일 오전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93위안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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