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화 등의 위기에 자구책 모색…성공 여부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지난 15년간 'K뷰티' 신화를 이끌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중국 수요 급감 등의 영향으로 추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로드숍들은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는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며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1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8천11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조290억 원, 지난해 1조7천억 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대표 로드숍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매출은 4천873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던 2016년 6천498억원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샵 에뛰드하우스는 지난해 매출이 16% 감소한 2천1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또 다른 로드샵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 25% 줄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로드숍 몰락에는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가 2002년 '3천300원짜리 화장품'을 내세우며 원브랜드 로드숍 시대를 열자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하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높은 구매력을 보이던 중국인 수요가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의 여파로 급감하자 로드숍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울러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올리브영, 롭스와 같은 H&B(헬스앤뷰티) 점포로 화장품 유통구조가 재편된 것도 로드숍의 몰락을 부추겼다.

김택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뷰티·화장품팀장은 "로드숍에 대한 수요는 대부분 중국에 집중돼 있는데 중국 화장품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저가 제품에서 한국 브랜드들이 밀리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도 많이 생기면서 치열한 경쟁이 로드숍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로드숍들을 원브랜드숍을 탈피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너도나도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원브랜드숍이었던 미샤 매장을 '눙크'(NUNC)라는 멀티브랜드매장으로 전환하며 위기 타개를 시도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가 지난 2012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던 이화여대에서 '눙크 1호점'을 개점하고, 이달 내 홍대와 목동, 부천, 수원 등에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눙크는 미샤·어퓨·부르조아·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하다라보·캔메이크·지베르니 등 1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올리브영처럼 헬스와 뷰티 제품도 판매하면서 일종의 H&B 점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결정에는 급격히 악화된 판매환경에서 원브랜드숍으론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브랜드와 유통을 통합한 새로운 판매전략이 결국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해 실패했다는 해석이다.

LG생활건강도 로드숍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자사 직영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온라인 판매에 따른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생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선 수익성 악화에 따른 규모 줄이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 업계간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미샤 선택의 성공 여부는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드숍들이 재기하기 위해선 수출을 늘리거나 중국 현지를 공략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도 럭셔리 아니면 현지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라 불투명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택식 팀장도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등 해외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수출을 늘리는 것이 맞다"면서 "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를 잘 이용해야 하는데 결국 아이돌 스타일만 인기가 있어 제한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