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일정·방문 목적 등 미공개…"中에 잘못된 메시지 줄 우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당국의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내 이슬람교 소수 민족 '탄압'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유엔 대테러 조직의 수장이 신장 지역을 방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보론코프 유엔 대테러실(UNOCT) 사무차장이 이번주 신장 자치구를 공식 방문 중이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세부 일정이나 방문 목적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그의 방중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보론코프 사무차장은 현재까지 신장 자치구를 방문한 유엔 최고위 인사다.

신장 자치구는 1천100만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중국 당국의 오랜 탄압을 받아왔다.

중국은 특히 2017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이 지역에 재교육 수용소를 설치·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재교육 수용소를 통해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을 강요하는 세뇌 교육을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신장 자치구 자체가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한 대규모 옥외 교도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용소에 구금된 인원은 약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인권단체들은 보론코프 사무차장의 행보가 중국 정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다.

테러리즘을 뿌리 뽑는다는 명분 아래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유엔이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 관계자는 "유엔이 대테러 조직 수장의 신장 자치구 방문을 허락한 것은 이 문제가 대규모 인권 침해 이슈가 아닌, 대테러 이슈라는 중국 정부의 잘못된 주장을 인정하는 인상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유엔인권고등판무관)는 작년 12월 신장 자치구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를 허가에 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천쉬(陳旭)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신임 중국 대사가 전날 출입기자단 주최 기자회견에서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자치구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실태 조사까지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자국 영토 내 위구르·카자흐·키르기스족 등 무슬림 소수 민족 이슈에 대해 내정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인권 탄압 중단 요청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