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재수사 6개월여만…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검찰, 다이소·GS 등 소규모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가 불구속기소 됐다.

이로써 정부가 뒤늦게 유해성을 인정한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필러물산 전 대표가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여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4일 안용찬 전 대표와 백모 전 애경중앙연구소장, 진모 전 마케팅본부장 등 애경산업 전 임직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내는 동안 가습기 메이트 출시·판매 관련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진 인물이다. 애경그룹 장영신(83) 회장의 사위인 그는 애경산업에서 물러나고도 계열사인 제주항공 대표직을 유지하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필러물산에 하도급을 줘 만든 제품을 받아 2002년부터 자사 브랜드인 '홈크리닉'을 붙여 판매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자 판매를 중단했다.

안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검증을 소홀히 한 채 수년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제품 용기에 버젓이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정부에 등록된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는 총 1천416명이다. 이 중 가습기 메이트만을 사용한 단독 사용자는 253명이며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인 1∼2단계 피해자는 11명이다. 옥시 등 다른 가습기 살균제와 가습기 메이트를 함께 쓴 복수 사용자 1천163명 중 1∼2단계 피해자는 123명이다.

그간 애경은 제품을 제조한 SK케미칼 측에서 CMIT·MIT 원료물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유해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펴왔다. 법원도 이런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안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 차례 기각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된 2002년 9월 이전에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무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서울대 연구 보고서를 전달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애경이 단순히 제품을 넘겨받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있기에 SK케미칼 못지않게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어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은 이날 이마트의 홍모 전 상품본부장(부사장) 등 이마트 전직 임원 2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마트는 CMIT·MIT 원료를 쓴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를 2006∼2011년 PB상품(자체개발상품)으로 개발해 팔았다. 이 상품은 향 등을 제외하면 애경 '가습기 메이트'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검찰은 또 GS리테일·다이소아성산업·산도깨비(가습기퍼니셔) 등 CMIT·MIT 원료를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소규모 업체들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정부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 씨에게 6천만원의 뒷돈을 건넨 사실도 포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양모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양씨가 국회 또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관련자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SK케미칼 홍지호(69) 전 대표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