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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부산 연극계 맏형…56년 역사의 '전위무대'

송고시간2019-08-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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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이후 1천회 공연으로 부산 영광과 애환을 시민과 공유

히트작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 땐 암표 거래 첫 사례로 남아

연극계 "이념·고정된 양식 탈피…삶의 본질 탐구가 롱런 비결"

'언덕을 넘어서 가자' 출연자들
'언덕을 넘어서 가자' 출연자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연출가이자 극단 살림을 맡은 전승환 대표 [공연예술 전위 제공]

※[편집자 주 = 대형 영화 스크린과 모바일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연극 무대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류 드라마와 영화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면 땀에 젖은 연극 무대가 기반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향토극단은 지역 무대예술의 역사이자 그 지역 문화의 깊이를 엿볼수 있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지역 문화의 구심점인 향토극단의 걸어온 길과 활약상 등을 매주 토요일 두편씩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연극의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56년간 무대를 지킨 극단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극단 전위무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극단은 부산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진 극단이다.

극단 이름에서 주는 느낌은 정통 연극에 반기를 든 아방가르드 연극을 추구하는 극단으로 보이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전승환(76) 극단 대표는 극단 이름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허허"하고 먼저 웃었다.

"이름에 대해 묻는 이가 꽤 많다. 무슨 고귀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앞장서서 나간다'는 뜻입니다. 너무 싱겁습니까"

전위무대는 1963년 3월 창단했다.

2010년부터 자치단체 등록상 공식 이름은 '공연예술 전위'지만 부산 연극계에서는 여전히 전위무대라고 부른다.

창단멤버로는 대표 박광웅을 비롯해 총무 전근섭과 운영위원으로 전성환(전승환 대표의 형), 장고웅, 김상진, 김규상, 권의웅 등이 참여했다.

창단 멤버들은 연극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이들은 아니었다.

열정과 패기로 뭉쳐 무대를 통해 실력을 쌓고 기틀을 다지면서 부산지역 연극 바닥을 일궜다.

전위가 창단할 즈음 부산에는 5개 가량 극단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곳은 전위무대가 유일하다.

'신의 아그네스'
'신의 아그네스'

극단 전위무대 2019년 '신의 아그네스' 공연 장면. 왼쪽이 주인공 아그네스역을 맡은 김지현, 오른쪽이 원장 수녀역을 맡은 송순임 [공연예술 전위 제공]

대표 전 씨는 "당시 창단한 극단들은 얼마 못가서 다 문을 닫았다"며 "서울을 포함해 비슷한 시기 창단한 국내 극단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말했다.

전위무대는 창단 다음 해 '불모지'(차범석 작)를 창단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존오스본 작), '토끼와 포수'(박조열 작), '만선'(천승제 작) 등 여러 합동공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1969년부터는 부산 연극계에서 꽃을 피운 '소극장 69'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소극장 운동과 함께 연극학교를 열어 동호인과 연극인을 배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극단 전위무대는 전성환-전승환 용감한 두 형제의 노력과 도전으로 지금까지 맥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MBC 성우를 했던 형 성환은 연기력으로, 동생 승환은 연출력으로 극단을 떠받쳤다.

힘겨운 극단 살림살이에는 광고디자인 회사를 운영한 동생 승환의 도움이 컸다.

전성환의 연기는 너무나 독보적이어서 상당수 작품의 주인공 역을 맡았다. 그를 빼놓고는 전위무대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전위가 지금의 자리를 지킨 데는 송순임, 김미희, 송글라라, 강경애, 김지현, 이민영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여배우들의 역할도 컸다.

전위무대는 1979년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작, 전승환 연출)을 시작으로 1980년대 전성기를 보냈다.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장은 관객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이 때 부산 연극사 최초로 입장권이 암표로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돌아서서 떠나라'(이만희 작), '나생문'(아쿠타가와류노스케 작),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 '늙은 자전거'(이만희 작) 등 감동적인 무대가 줄을 이어 제작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배우들의 농후한 연륜에 맞춰 연출한 '어떤 배우의 마지막 연기'(이근삼 작), '아름다운 거리'(이만희 작),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등으로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늙은 자전거'
'늙은 자전거'

[공연예술 전위 제공]

전위무대는 그동안 114회(2018년 말 기준) 정기공연을 비롯해 1천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긴 역사와 많은 공연 만큼이나 애환도 많았다.

극단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초기에는 영유아원을 운영하는 전 대표 어머니 집을 극단 사무실로 사용했고, 중앙동과 대청동 주변 값싼 사무실을 전전했다.

지금의 금정구 부곡동 사무실은 7번째 사무실이지만 아직도 월세를 부담하기에도 벅차다고 극단 관계자는 전했다.

대표 전 씨는 정기공연이 끝나고 무대장치를 철수할 때면 남몰래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넉넉한 돈을 줄 수 없는 처지 때문이었다.

전 대표는 "작품 하나가 무대가 오르려면 최소 5∼6개 기업 후원이 있어야 하는데 근년에는 1∼2개도 안된다"며 "이렇다 보니 극단 살림은 늘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지원에 인색한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극단 전위무대 정승환 대표
극단 전위무대 정승환 대표

(부산=연합뉴스) 정승환 대표가 부산 금정구 부곡동 극단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2019.7.29

그는 자치단체가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다.

"지자체들이 예술인들의 생활 실태를 조사해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고 떠들었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문화 관련 예산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숙하고 격조 있는 사회일수록 연극을 비롯한 무대공연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며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도 처음에는 연극에서 출발했다. 각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 연극인들을 껴안는 정책과 지원이 아쉽다"고 걱정했다.

전위무대는 오는 11월 115회 정기공연으로 이만희 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김남석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전위무대의 공연사와 공연미학'에서 "전위는 특별한 이념이나 고정된 공연 양식을 추구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연극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자극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부산의 여러 연극인과 문화계 인사들은 김 교수의 해석처럼 인간 본연의 모습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전위의 무대정신이 오랜 기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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