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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의 참변'…극빈 노인 3명 앗아간 여인숙 새벽 화마(종합)

송고시간2019-08-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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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주거지 된 도심 노후 여인숙…사회 안전망 사각지대

(전주=연합뉴스) 19일 노인 사망자 3명을 낸 전주 여인숙 화재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린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애초 숙박이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도심 외곽의 여인숙 상당수가 빈곤층의 주거지로 변모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에 탄 여인숙 입구
불에 탄 여인숙 입구

촬영: 정경재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날 여인숙 화재로 70∼80대 노인 3명이 각자 방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다. 이 중 2명은 폐지를 수거하며 장기투숙했다.

또 다른 A(82·여)씨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생계급여 22만원을 포함해 매달 57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여인숙에서 관리를 맡아왔다.

화재로 무너진 여인숙
화재로 무너진 여인숙

촬영: 정경재 기자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시청 인근으로 총면적은 72.94㎡로 객실 11개로 구성됐다.

1972년에 사용 승인된 '목조-슬라브' 구조로 지은 지 48년이나 돼 매우 낡고 방 한 개에 6.6㎡(약 2평)에 불과하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 말 그대로 '쪽방 여인숙'이다.

화재 직후의 여인숙은 새벽녘 화마가 집어삼킨 흔적이 역력했다.

이 여인숙은 추가 사망자를 찾기 위해 포클레인에 의해 모두 허물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여인숙의 '달방(한 달 치 숙박비를 끊어 투숙하는 방)' 비용은 12만원가량. 최근 10여명이 장기투숙하며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화재 당시 목격자들은 '펑' 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 쓴 부탄가스 더미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나 대피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시간대인 이날 오전 4시께 주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곳과 비슷한 시설을 가진 전주시 덕진구 모 여인숙 주인은 "일용직 노동자들 등 생활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이 싼 숙소를 찾아 오래된 여인숙을 찾는다"며 "하루 7천원씩 계산해서 한 달에 한 번 숙박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사망자 여부 확인하는 인명 구조견
추가 사망자 여부 확인하는 인명 구조견

촬영: 임채두 기자

주변 주민들은 고단한 생을 보낸 노인들이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 주민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며 "(숨진 투숙객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기서 사는 대부분이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했던 극빈층"이라며 "기구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달방에서 사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씁쓸해했다.

(김동철 임채두 정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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