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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시설의 배신…노래방·PC방·모텔서 잇단 잔혹범죄

송고시간2019-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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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CCTV 많지만 강력사건 잇따라…범죄공식서 '술' 빠져

전문가 "비사회화 구성원의 '수동공격적 범행'" 진단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기자 = 지난해 안양 노래방 살인사건, 강서 PC방 살인사건과 최근 한강 몸통시신 사건은 발생 장소가 각각 노래방, PC방, 모텔로 다중이용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강 시신' 피의자 영장심사
'한강 시신' 피의자 영장심사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가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정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출석하고 있다. kimb01@yna.co.kr

다중이용시설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들 사건은 그동안 범행 장소로만 머물러 있던 노래방, PC방, 모텔이 범행 동기로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건들과는 결이 다르다.

먼저 이번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 씨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 B(32)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한강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시체유기)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반말하는 등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그랬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안양 노래방 살인사건은 이 사건과 판박이다.

피의자 변경석(35) 씨는 지난해 8월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안양의 한 노래방에 찾아온 손님과 노래방 도우미 교체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손님이 도우미 제공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유기했다.

변 씨는 올해 5월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강서 PC방 살인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손님과 종업원으로 바뀌었을 뿐 이들 사건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이 사건 피의자 김성수(30) 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입구에서 당시 20세이던 아르바이트생 C 씨를 때리고 넘어뜨린 뒤 흉기로 무려 80여 차례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이다.

그는 자신이 앉은 PC방 자리를 치워달라고 C 씨에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말다툼 끝에 이처럼 무자비한 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굴 공개된 과천 토막살인범 변경석
얼굴 공개된 과천 토막살인범 변경석

(안양=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지난 2018년 8월 10일 노래방 손님을 말다툼 끝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에 유기한 변경석(34)씨가 같은달 29일 오후 검찰에 송치돼 안양시 안양동안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감정이나 원한 관계, 치정 또는 술 등 외부 요인이 주된 범행 동기이고 노래방, PC방, 모텔은 범행 장소에 불과한 기존 사건들과 달리 이들 사건은 각각 노래방, PC방, 모텔의 이용 문제가 직접적인 범행 동기로 가해자와 피해자도 모두 일면식이 없는 손님과 종업원이다.

이처럼 일반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이자 이용객이 많고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곳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 강력범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평소 범죄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는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이들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범인 A 씨는 피해자 B 씨와 말다툼을 벌인 이후 B 씨가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던 새벽에 모텔 종업원으로서 갖고 있던 마스터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숙박업소에 대한 시민의 안전에 관한 신뢰를 무참히 깨버렸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 기사에는 "종업원한테 반말한 것은 잘못이지만 살인은 심하지 않나. 모텔 가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하고 갔겠나"(네이버 아이디 sun0****), "무서워서 모텔 가겠나"(rfsi****), "앞으로는 무인 모텔만 가야겠다"(gkoj****)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안양 노래방 살인사건 기사에도 "평생 한 점 부끄럼 없이 실수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안 그러면 노래방 놀러 갔다가 칼 맞고 죽는 수가 있다"(cusw****)의 댓글이 달려 평소 거리낌 없이 이용하던 시설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행을 비사회화 등으로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해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 향하는 김성수
검찰 향하는 김성수

(서울=연합뉴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지난 2018년 11월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비사회화로 오프라인에서는 정상적인 관계로 취업이 되지 않는 사회 구성원이 쉽게 고용될 수 있는 곳이 서비스직"이라며 "이러한 구성원은 자신의 처지와 연관된 피해의식과 사회를 향한 막연한 적대감이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부족해 손님들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상시에는 수동적으로 생활하지만 피해의식이 있다 보니까 뭔가 동기가 있으면 폭발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수동공격적 범행'"이라며 "이런 구성원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사회의 부담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안양 노래방 살인사건, 강서 PC방 살인사건에서 그동안 주된 범행동기로 작용해 범죄공식 중 하나가 된 술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손님 또는 종업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받거나 하다가 자존심이 상하는 말 또는 행동을 접해 참을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 극단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경찰 등 사법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성격적 문제 혹은 행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 훼손이 뒤따르는 것은 일단 우발적으로라도 범행을 저지르고 나면 추가 범행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지는 데다 TV나 언론보도,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한 사체 처리방안이 무의식적으로 학습돼있다가 떠올라 시신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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