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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 속 반려견 20마리…'저장강박' 80대, 구청이 '구조'

송고시간2019-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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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제발 옮기시라" 읍소…재건축조합 설득해 무상 주거공간 제공

'저장강박증' 80대 노인의 집
'저장강박증' 80대 노인의 집

[서울 중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쓰레기더미 속 개 수십마리를 키우며 살겠다고 고집부리던 80대를 지방자치단체가 구조하다시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거주지를 새로 꾸며줬다. 개들은 보호센터로 보냈다.

24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유모(83) 씨는 다산동의 재건축 예정지역 내 공유지에 세워진 가건물에 살았다.

낡은 합판, 샌드위치 패널, 천막 등으로 이뤄져 실상 '가건물'이라는 표현조차 사치였다.

유씨는 이곳에 반려견 20여마리는 물론 '저장강박' 증세로 보일 만큼 수많은 고물과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았다.

저장강박증은 청소나 정리를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물건을 쌓아두는 증상이다.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고 화재 같은 사건·사고 위험에 취약하며 쌓아 놓은 물건에서 악취와 벌레가 발생해 이웃과 마찰도 유발한다.

실제로 유씨 집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에 개 짖는 소리까지 더해져 주변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위생 상태가 불량한 개들이 목줄 없이 돌아다녀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 민원이 많았다고 한다.

50대 아들이 같이 살면서 자활 근로 사업으로 월 100만원가량 돈을 벌기는 했지만, 이들 모자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평소 유씨와 그 거주지를 주시하던 구청은 수차례 요양 시설 입소를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유씨를 챙긴 다산동주민센터 이혜숙 복지건강팀장은 "저희가 예전부터 임대 아파트 등 다른 주거지를 권했는데 어르신은 개를 모두 데리고 가지 못하면 안 가겠다고 버티셨다"고 전했다.

'저장강박증' 80대 노인의 집
'저장강박증' 80대 노인의 집

[서울 중구 제공]

하지만 올여름 들어 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구청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이 팀장이 "비가 오는 날 유씨 집을 찾았을 때 비가 새서 집 안쪽의 천장에 비닐을 쳐 물이 떨어지는 것만 막아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행여 있을지 모를 사고 우려에 구청 직원들은 지난 1∼5일 닷새 사이 세 차례 유씨 집을 방문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하며 시설 입소를 끈질기게 권했다.

119 구조대까지 대동한 방문에 유씨는 결국 거부 의사를 접고 지난 5일 노인 보호 시설인 신당 데이케어센터로 옮겨졌다. 현재 건강은 양호한 상태다.

유씨가 나간 뒤인 7일부터 구는 동대문시장 10개 업체로 구성된 집수리 봉사 단체 '인디모'와 함께 유씨의 새로운 거주지 마련에 나섰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모임'을 뜻하는 인디모는 지난 7년간 회원들 사비로 중구의 취약가구 30여 세대에 7천만원 상당의 집수리 재능을 기부한 단체다.

구 관계자는 "유씨 살던 곳 옆에 빈집이 있는데 주택재건축조합 소유"라며 "현재 유씨 거주지는 철거하고 재개발 전까지는 빈집을 수리해 유씨가 무상으로 살 수 있도록 조합이 승낙했다"고 말했다.

반려견들은 유기견 보호센터로 인계해 다른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유씨 집은 중구 최악의 주거 빈곤 세대였다"며 "복지담당 직원이 동분서주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지정해드리고 자주 방문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서 구청장은 "담당 직원이 권한과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제가 알게 된 것"이라며 "준비된 예산이 없어서 이사할 곳과 집수리는 이웃 주민과 자원봉사단체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치됐던 유씨의 삶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생계 방안, 정신상담, 건강검진 등 종합적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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