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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트럼프, 친구라던 시진핑을 '적' 지칭…대중전략 바뀌나

송고시간2019-08-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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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미 관세부과에 폭발…참모들 "무역협상 희망 없다는 것 알게돼"

금리정책 불만에 연준의장까지 '적' 규정…"연준史의 불행한 선례" 비판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을 '적(enemy)'이라고 규정하고 분노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을 통해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이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두 사람을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지난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폭발은 이날 시 주석과 파월 의장의 행보 때문으로 여겨진다.

경제정책의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을 떨쳐내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불황은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에게는 패전의 징후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인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을 위해 시 주석의 협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보려면 파월 의장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갔다.

중국은 이날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인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무역협상 타결이 아닌 극한대결을 원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며 오후 중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지시'라는 표현을 쓰며 미국 기업에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까지 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추가 관세 발표 12시간만에 5천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방침보다 5%포인트씩 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PG)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PG)

[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 발언이 평소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친구'라는 우호적 표현을 써온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것으로, 새로운 대중정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와중에 시 주석을 적이라고 부르며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깊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결전에 환호한 대통령의 지지자들조차도 이 발언이 두 국가 간 더 첨예한 절연 가능성의 조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며 "이것은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인상적인 출발점"이라는 폭스뉴스 해설가 고든 창의 발언을 전했다.

보수 성향 허드슨연구소 소속으로 대통령에게 자문하기도 하는 마이클 필즈버리는 WP에 최근 몇 달 간 중국 대표단 사이에서 오만함이 증가하는 것을 감지했다며 "최근 며칠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서 시 주석에 대한 좌절감이 커지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PG)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트럼프 대통령의 '누가 더 큰 적인가'라는 반문은 파월 의장을 좀더 겨냥했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 해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경기 진단과 향후 금리 운용 방향의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전 "이제 연준이 그들의 중요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트윗까지 날리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이 보도된 후 "예상대로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중국만큼 나쁜 미국의 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전례 없는 공격을 확대했다"며 이 트윗은 파월 의장이 무역전쟁과 미국 경기에 대해 발언한 지 몇 분 뒤에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기대한 대로 금리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개월 넘게 조롱하는 투로 비난해왔지만 '적'으로까지 규정한 것은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준에 관한 4권의 책을 쓴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존스는 적 발언이 불행한 선례를 남겼다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중앙은행의 역사에서 신성시해온 중요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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