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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전'으로 충돌한 미·중…9월 무역협상도 불투명

송고시간2019-08-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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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면전에 트럼프는 시진핑 '적'이라 불러

중국선 "'노 딜' 상황 준비" 목소리…"끝까지 싸운다"

전문가들 "관계 추가 악화 막기 어려워"

트럼프와 시진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와 시진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일로 속에 끝이 안 보이는 장기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국의 관세 치고받기는 있는 힘을 다 짜낸 총력전으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enemy)으로 칭해 정책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무역 합의가 완전히 결렬되는 사태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정부는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10% 또는 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난 23일 밤 전격 발표했다. 미국산 원유는 처음으로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또 미국산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대해 보류했던 25%와 5%의 추가 관세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미국이 3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시행 시점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춰 9월 1일 또는 12월 15일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최대 30%까지 5%포인트 올리기로 한 관세 폭탄으로 즉시 반격했다.

아울러 지난 2년 반 동안 친구로 불렀던 시 주석을 처음으로 '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제롬 파월과 시진핑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라는 그의 트윗은 금리 인하에 미온적인 파월 연준 의장을 더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으며 미국의 정책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윌슨센터 키신저 미중 연구소의 로버트 데일리 소장은 "뒤돌아갈 수 없는 기념비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적'은 지금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누군가를 뜻한 것일 뿐이라 해도 중국이 이를 의도적인 위협으로 볼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인민일보]

[인민일보]

"상호 존중과 평등의 기초에서 양쪽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주장해온 중국에서는 '노 딜'(No Deal)도 감내하겠다는 강경한 기류가 부상했다.

중국의 속내를 외부에 드러낸다는 평을 듣는 후시진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이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한 뒤 트위터에서 "중국과 미국이 디커플(decouple·탈동조화)하면 중국은 독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만큼 잠재력이 있는 대체 시장을 찾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 없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중국 없는 미국은 장기 성장의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파국을 맞아 양국의 경제가 완전히 분리되는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후 편집장은 또 "14억명의 인구가 있는 중국 시장 없이 미국 농산물은 갈 곳이 없어지고 농부들은 파산할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상품도 무한정한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틀 전에는 미국이 홍콩 시위와 무역협상을 연결하려는 것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감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노 딜'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톈안먼(天安門) 사태처럼 홍콩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 무역 협상을 타결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압박한 것에 중국이 반발해 더 강경하게 대응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대결에서는 어느 한쪽도 물러서기가 어렵다.

특히 시 주석으로서는 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권력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어 고통이 있더라도 합의를 서두르기보다는 미국 대선까지 시간을 끌며 장기전을 지속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후 편집장은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이 보는 피해는 생각했던 것보다 한결 덜하다면서, 미국을 두려워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겁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의 관세 조치는 미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미국 경제, 특히 금융시장에 최대의 고통을 가하기 위해 잘 고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다웨이 인민대학 교수는 "경기침체 위험을 맞은 미국 경제에 또 하나의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금요일 아침에 열리기 직전에 발표된 관세는 미 주식시장을 타격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국내 시장이 폐장 후 미국 증시 개장 직전에 발표해 미국에는 피해를 주고 자신의 충격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설에 대한 실망으로 급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23포인트(2.4%)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6% 내렸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 떨어졌다.

중국은 또 다른 보복 조치도 곧 내놓을 전망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페덱스와 HSBC,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군수업체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23일 뉴욕 증시 [AFP=연합뉴스]

23일 뉴욕 증시 [AFP=연합뉴스]

중국 관영 언론은 결사 항전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평론에서 "중국은 한다면 한다. 끝까지 싸울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했으며, 환구시보는 "중국의 공구함에는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망치가 가득하다"고 밝혔다.

양국의 갈등은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타임스는 워싱턴에서 9월에 열릴 예정이던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훨씬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인민대학의 청 교수는 "양쪽 모두 타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협상과 동시에 싸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모두 협상의 일부"라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국제전략연구소의 빌 레인쉬는 "갈등 완화는 가능성이 작다. 어느 쪽도 먼저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팅 전문가 이언 브레머는 "트럼프는 경제가 가라앉는 것은 정말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과 대결로 치닫는다면 선거 훨씬 전에 충격을 받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의 천치는 최근 일련의 이벤트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기 때문에 관세 조치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갈등이 금융과 안보까지 번졌다면서 이 갈등이 가라앉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예상했다. 양국 정상이 오는 11월 칠레 산티아고의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내년 11월의 미국 대선까지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그는 "현재로서는 추가 악화를 막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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