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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류덕환 "관객도 배우도 빠져나올 수 없는 연극"

송고시간2019-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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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첫 연극무대…"배우로서 '류덕환'을 없애는 게 장점"

배우 류덕환
배우 류덕환

[씨엘엔컴퍼니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관객도 마찬가지겠지만, 배우들도 '에쿠우스'는 한 번 하면 쉽게 못 빠져나와요."

충격적인 소재와 노출, 화려한 캐스팅으로 매번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극 '에쿠우스'가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말 일곱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찔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17세 소년 '알런'은 원시적 욕망과 순수로 가득 찬 인물.

앳된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의 배우 류덕환(32)은 배역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2009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출연이다.

23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류덕환은 "20대 때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30대에는 어떤 알런이 될지 모르겠다"며 살풋 웃었다.

"20대 때는 확실히 알런에게만 신경 썼어요. 요즘은 연습할 때 다른 캐릭터 대사가 점차 귀에 들어와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여유가 생겼나봐요. 과거 알런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죠?"

류덕환은 '에쿠우스'를 명절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잊을 만하면 돌아오면 추석처럼, 정신없이 살다 고개를 들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애증하는 작품이죠. 입대하고 첫 불침번을 설 때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에쿠우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얼중얼 외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도 불침번이 안 끝났어요.(웃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주문처럼 대사가 남아요. 그래서 이번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수락했죠."

'에쿠우스' 알런 역의 류덕환
'에쿠우스' 알런 역의 류덕환

[극단 실험극장 제공]

숱한 연극배우들이 뮤지컬로, TV로, 영화로 넘어갔다. 류덕환은 이걸 지켜보면서도 늘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에게 연극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TV 드라마를 찍을 때 가끔 안일해질 때가 있어요. 어려운 대사를 만나면 'NG 나면 다시 촬영하지 뭐'라는 식으로요. 그러고 나면 쉽게 포기하는 자신이 싫어서 자책해요. 이때 정신이 번쩍 뜨게 채찍질해주는 게 연극이에요. 영화나 TV, SNS는 관객이 한 꺼풀 껍질을 통해 배우를 보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날것을 보잖아요? 그만큼 박수 소리가 정말 냉철해요. 관객 반응이 미지근하다면 분명 그날 제 연기에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연극은 가감 없이 저를 검증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자꾸 찾게 돼요."

연극계가 침체하며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지적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대학로에 오픈런 공연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다수다.

"요즘 모두 스트레스가 많으니 고민하기를 원치 않죠. 연극계에서 웅장한 작품이 쇠락하는 게 안타까워요. 하지만 '에쿠우스'를 보시면 뭔가 이상한 기운을 받으실 거예요. 꿀꿀한 것 같기도 하고, 저 배우들 정말 힘들겠다 싶기도 할 거예요. 분명한 건, 웃고만 살 수는 없는 세상이잖아요. 이 작품으로 삶을 되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에쿠우스'를 꾸준히 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에쿠우스' 알런 역의 류덕환
'에쿠우스' 알런 역의 류덕환

[극단 실험극장 제공]

류덕환은 어느덧 데뷔 27년차. 1992년 '뽀뽀뽀'로 데뷔해 드라마 '신의 퀴즈'부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써 내렸다. 과거 드라마 '전원일기'의 귀염둥이 순길이 역을 맡았다고 하면 동료 배우들도 깜짝 놀란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유일하게 꾸준히 만나는 친구가 배우 문근영인데요. 근영이랑 '아역 배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이 '억지로는 안 된다' 였어요. 20대에 애 엄마, 애 아빠 역할을 한다고 누가 공감하겠어요. 그래서 편안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전원일기' 순길이 한 번 더 하면 어떻고, 문근영이 '어린신부' 또 하면 어때요?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자연스럽게 봐주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류덕환은 20대 때 옳다고 생각하는 작품에만 출연하며 대중과 접점을 넓히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은 어깨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제대 직후 영화 '국가부도의 날',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 '미스 함무라비' 등에 쉴새 없이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릴 때는 거만했어요. 단 한 번도 누구를 위해 작품을 선택해본 적이 없어요.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상병 때 갓 들어온 이병이 '류 상병님, 팬입니다. 전역하고 밖에 나가서 TV에서 보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하더라고요. 그 말이 일주일이 지나도 안 잊혔어요.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모두가 편하게 볼 작품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안다. 극이 시작하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 자신을 지워버린다. 인지도가 곧 재화인 시대에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가끔 유해진 선배님처럼 딱 저 사람만의 느낌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는걸요. 제가 끊임없이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란 걸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행복해요. 누군가 '인지도 굴욕'이라고 할지라도, 배우로서 제 장점은 '류덕환이 없는 것, 류덕환이 남지 않는 것'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그 작품과 캐릭터를 오롯이 남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에쿠우스'는 9월 7일부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료 4만∼6만원.

배우 류덕환
배우 류덕환

[씨엘엔컴퍼니 제공]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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