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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연 연필화·김기철 소리조각서 발견하는 예술가의 길

송고시간2019-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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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갤러리 20주년 맞아 회화 30점·조각 6점 전시

이동재 대표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들"

김기철, 눈물, 혼합 매체, 41×20.5cm, 2013
김기철, 눈물, 혼합 매체, 41×20.5cm, 2013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녹슨 화로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8m 높이 천장을 떠나 바닥의 화로를 때리는 물방울 소리는 고요한 전시장을 울린다. 맞은편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찻잔 하나를 고이 받쳐 든 문수보살의 오른손 하나뿐이지만, 신심을 전하기 충분하다.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 전시된 김기철 조각 '눈물'(2013)과 원석연 회화 '보살'(1959)은 명상적인 화면을 통해 응축한 에너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연결되는 바가 있다.

김기철(50)은 '소리'를 조각으로 빚는다. 그는 첫 개인전 '십일면관음'(1993)을 시작으로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다.

'눈물'은 2000년 가을 경남 합천 해인사의 한 수반에 떨어지는 물소리를 녹음해 화로 속 스피커로 재생한 작업이다. 물소리는 화로를 통해 증폭하면서 더 생생해진다. 관람객이 실제 물방울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하는 까닭이다.

벚꽃의 낙하 속도를 스노우볼을 닮은 장치로 시각화한 '초속 5cm라 들었다'(2018), 꿈의 소리를 착시 현상을 활용해 형상화한 '꿈'(2019) 등 총 6점의 소리 조각을 이번 전시에서 두루 만난다. 미술관과 주로 함께 일한 작가가 국내 상업화랑에서 제대로 작업을 소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석연, 1950, 종이에 연필, 64×147cm, 1956
원석연, 1950, 종이에 연필, 64×147cm, 1956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원석연은 평생 연필화만 고집했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때, 연필그림은 온전한 장르가 아닌 습작 정도로 취급받았다. 성격도 꼿꼿했던 작가의 화단 내 입지는 좁았다. 연필 질감을 살린 완벽성 높은 회화로 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2003년 작고 후였다.

전시에 출품된 연필화 30점 중 가장 눈에 띄는 '1950'(1956)은 군화와 차바퀴 자국이 선명한 흙바닥 위에 개미 수천 마리가 우글거리는 그림이다. 개미들 위로 전쟁 참상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몸부림쳤을 사람들이 겹쳐 보인다.

원석연은 "내가 서 있는 주위에 작품 소재가 있다"고 말했다. '다대포'(1965), '낫'(1991), '병아리와 거미'(1994) 등에서는 치밀한 표현과 정제한 화면을 통해 내면을 담아내려 애쓴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같은 세대도 아니며 장르도 다른 원석연과 김기철 작업을 모은 이는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다.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동생이기도 한 이 대표는 1999년 인사동에 화랑을 열었다. 그는 장샤오강(張曉剛), 웨민쥔(岳敏君), 팡리쥔(方力均) 등 훗날 국제적 명성을 누리게 될 중국 미술가들을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했다.

2010년 서촌으로 이동한 뒤에는 조각·설치·영상·공예 등의 분야에서 '뻔하지 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갤러리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방향성을 예견하는 개관전 '우리가 바라보는 것' 주인공들 또한 시장에서 반기는 '블루칩'이 아니다.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왼쪽)와 김기철 작가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왼쪽)와 김기철 작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개관 20주년을 맞은 아트사이드갤러리의 이동재 대표(왼쪽)가 최근 화랑에서 김기철 작가와 나란히 선 모습. 김 작가와 원석연 작가 작업을 모은 개관 20주년 기념전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28일 폐막한다. 2019.9.9. airan@yna.co.kr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두 사람은 남들이 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굉장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거나 걸어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화랑으로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시장 중앙의 김기철 '대나무-개미'는 3m 길이의 담양 대나무 200여개를 천장에 둥글게 매단 작업이다. 함께 걸린 원석연 '개미'(1976)를 오마주했다. 관람객이 대숲에 들어서며 대나무 조각과 온몸으로 부딪힐 때마다 타각타각 하는 소리가 난다. 숲을 통과하자마자 마주치는 '개미'에서는 연필이 종이를 누비며 사각사각 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시는 28일까지. 이번 전시를 맞아 원석연 작품 38점과 시인 이생진의 시 51점을 수록한 '개미'(열화당)도 출간됐다. 19일 오후 5시 갤러리에서는 이생진의 시 낭송회도 열린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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