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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안희정 유죄 확정, 권력형 성범죄 감소 계기 돼야

송고시간2019-09-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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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수행비서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은 안 전 지사는 이번 판결로 3년 6개월 실형을 확정 짓게 됐다. 아울러 유력 정당의 대권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던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의 최종 판결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안 지사가 유명 정치인인 데다, 1심과 2심 판결 결과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에서 이유로 든 유죄의 근거를 그대로 인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피해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결한 반면 2심은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 판결은 수년 전 대두된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개념을 재판에서 얼마나 적용했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졌다. 1심에서는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과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항거 불능 수준에 이른 경우에만 유죄를 인정하는 기존의 판결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여성단체 등에서 나왔다. 반면 2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관련 재판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이 폭넓게 인정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성범죄를 다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사건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결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김 씨가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시점 직후에 안 전 지사의 식당을 예약하고, 장난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를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시각으로 보자면 피해자답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시각에서 본다면 성폭력을 당한 뒤에도 개인이 처한 위치와 성향에 따라 충분히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그 진술에 입각해 엄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작년 초 시작된 '미투' 운동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재판부가 지적한 것처럼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 사회가 이를 힘 있는 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봤다면 앞으로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추행에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가 이용됐다면 위력 동원이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성폭력이나 조직 내 위력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권력형 성범죄가 줄어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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