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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산 스님 "일체중생이 불성 있는데 차별이라뇨"

송고시간2019-09-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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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주민지원단체 모임 이끌며 이주민 돕기에 앞장

스노보드로 '스포츠 포교'…"종교 내세우면 갈등 빚어"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의 결성 취지와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의 결성 취지와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일체중생(一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부처가 될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죠. 하물며 똑같은 사람인데 피부색이 다르고 가진 게 적다고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에서 만난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마주협) 상임대표 호산(虎山·54) 스님은 "이주민을 차별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자비를 역설했다.

마주협은 불교계 이주민지원센터 17곳과 이주민 법당·공동체 13곳, 협력단체 2곳으로 이뤄진 모임. '마하'(摩訶)는 '위대하다', '뛰어나다'란 뜻의 불교 용어로 2006년 3월 출범했다.

경기도 양평 상원사와 용문사 주지를 거쳐 2014년 12월부터 서울 은평구 구산동 수국사(守國寺) 주지를 맡은 호산 스님은 올해 2월 25일 마주협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조계종의 국회의원 격인 중앙종회 의원을 지냈고 2016년 11월부터 중앙종회 사무처장도 겸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회색 승복)이 경기도 동두천 용수사를 방문해 네팔 출신의 스님 우르겐 라마(자주색 승복)와 신도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제공]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회색 승복)이 경기도 동두천 용수사를 방문해 네팔 출신의 스님 우르겐 라마(자주색 승복)와 신도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제공]

"이전에도 공동대표를 맡아왔기 때문에 생소한 일은 아니었지만 제가 이주민 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한 경험이 없어 부담스러웠습니다. 회원 단체 대표들께서 종단의 지원과 사회 네트워크의 도움을 끌어내는 데 제가 적임이라고 판단하신 듯합니다. 소중한 인연이라 여기고 차근차근 공부하고 물어가며 할 일을 찾아가야죠."

지난 4월 8일에는 이주민 법당을 운영하는 외국인 스님 16명을 수국사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경기도 동두천 용수사(네팔)와 양주 마하보디사(스리랑카), 충남 천안 원오사(베트남) 등도 직접 방문해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스님과 신도들의 고충도 들었다. '종교 비자의 체류 기간(1년)이 너무 짧으니 관계 당국에 연장을 건의해 달라'거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종단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요청이 쏟아졌다.

"저희가 어떤 일을 해주겠다고 하기에 앞서 그분들이 뭘 바라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당장 저희가 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힘써봐야죠.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이분들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기 바랍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지난 4월 8일 이주민 법당을 운영하는 외국인 스님 16명을 수국사에 초청해 간담회를 연 뒤 대웅보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제공]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지난 4월 8일 이주민 법당을 운영하는 외국인 스님 16명을 수국사에 초청해 간담회를 연 뒤 대웅보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제공]

오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국대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제11회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한다. 500여 명의 이주민 가족이 모여 즐거운 게임 대결과 장기 자랑을 펼친다. 푸짐한 한국 전통음식 잔치와 비보이와 K팝 밴드 공연도 곁들여진다.

우리나라 이주민 가운데는 태국·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네팔·스리랑카 등 불교국가 출신이 많고 베트남·몽골 출신 중에서도 불교 신도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신행 생활을 도울 법당이 부족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도 미흡한 형편이다. 호산 스님은 회원 단체들의 뜻을 모으고 종단의 도움을 얻어 이주민 법당 운영과 쉼터 개설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주민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인과 잘 어울리고 한국 문화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포교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관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돌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어도 정신적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아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업신여기는 것도 물질적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 탓이죠. 이들 나라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하죠. 자신부터 분별심(分別心)을 내려놓고 기도와 봉사와 수행에 앞장서야 합니다."

2008년 1월 30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에서 열린 제6회 달마 오픈 챔피언십에서 당시 경기도 양평 용문사 주지인 호산 스님이 승복 차림으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멋진 점프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1월 30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에서 열린 제6회 달마 오픈 챔피언십에서 당시 경기도 양평 용문사 주지인 호산 스님이 승복 차림으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멋진 점프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산 스님은 '스노보드의 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취미로 익힌 솜씨가 수준급이기도 하지만 이를 청소년 포교에 활용하다가 2003년 스노보드 선수단 '달마팀'을 만들고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를 창설했다. '달마 오픈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꾼 이 대회는 국내 최대의 스노보드 제전으로 성장했으며 설상 종목 최초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배추 보이' 이상호를 비롯해 숱한 유망주를 길러냈다. 초창기만 해도 스님이 스키장에 간다고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스포츠 포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호산 스님은 문화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상원사·용문사에 이어 수국사에서도 해마다 산사음악회를 열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1일 서울 홍대 앞 비보이전용극장 에스제이비보이즈에서는 스님이 대회장을 맡아 '제1회 달마배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스님의 초청으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청소년 160여 명이 수국사에서 한국 전통불교를 체험한 뒤 에스제이비보이즈에서 비보이 공연 '쿵 드리머'를 관람했다.

"다원화된 현대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내세우면 안 됩니다. 교리나 의식의 차이가 갈등을 빚을 때가 많거든요.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이들에게 친숙한 스포츠와 문화로 다가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스포츠 포교와 문화 포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뒤에 걸린 액자는 금강산 보덕암 사진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호산 스님이 스포츠 포교와 문화 포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뒤에 걸린 액자는 금강산 보덕암 사진이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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