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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창작연극 맥 잇는 부산극단 '시나위'

송고시간2019-09-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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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창단, 배우 연기력으로 승부중…연극제 상복 많아

박상규 대표 "연극 몰입할 수 있는 사회 제도적 환경 필요"

'대 숲에는 말이 산다'(2009)
'대 숲에는 말이 산다'(2009)

제27회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남자우수연기상을 받은 '대 숲에는 말이 산다' 한 장면 [극연구집단 시나위 제공]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남구 경성대 앞 대학로는 부산지역 '소극장 1번지'로 불린다.

이 일대에만 소극장 10여 곳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후 극연구집단 '시나위'의 제54회 정기공연 '참세기'(연출 김동현)가 공연되는 하늘바람 소극장을 찾았다.

소극장 문을 열자 더운 공기가 후끈 밀려 나왔다.

무대에서는 이날 오후 8시 공연을 앞두고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박상규 대표는 일손을 급히 놓고 반겼다.

그는 이번 정기공연을 위해 이곳 소극장을 대관했다고 말했다.

"어디 마땅히 앉을 곳도 없고…여기 객석에 앉을까요?"

자리를 권하는 객석 의자를 보니 의자마다 등받이에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소극장 만들 때 자금을 기부한 분들의 이름"이라고 귀띔했다.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극장을 만들고, 이후 이들에게는 연극 초대권을 주는 방식 등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연구집단 시나위는 배우 중심의 창작 연극을 추구하는 극단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극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산 연극계에서 배우의 연기력을 유독 강조하는 극단이 시나위다.

시나위는 극단 '레파토리 시스템'에서 활동하던 젊은 단원들이 뭉쳐 1997년 7월 창단했다.

박 대표를 비롯해 박상하, 김혜정, 박혜인, 오정국 등 7∼8명이 원년 멤버로 호흡을 맞췄다.

20년 남짓 세월이 지난 지금 무대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박 대표와 이 극단에서 배우장을 맡고 있는 김혜정 씨 2명뿐이다.

원년 멤버 박상하는 러시아에서 유학한 후 경성대와 경기대에서 겸임교수를 거쳐 2005년께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시나위가 창단 당시 내건 기치는 '연기에 대한, 연극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 모색'이었다.

특히 배우들의 몸 연기를 중요시했다. 그러다 보니 연습은 혹독하게 이뤄졌다.

무술타악 퍼포먼스 '휘투타'(2005)
무술타악 퍼포먼스 '휘투타'(2005)

[극연구집단 시나위 제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산 개최 기념으로 기획한 무술타악 퍼포먼스 '휘투타'(강태욱 작, 박상규 총연출) 공연 때는 단원들 전체가 지리산으로 4박 5일 극기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연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연극은 고된 작업이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 작품을 위해 몇 달 동안 하루 12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나위 작품 중에는 창작극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난 작품이 많다. 그렇다 보니 연극제 수상 경력도 많다.

제12회 정기공연 작품인 '검정 고무신'(위기훈 작, 오정국 연출)은 제21회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이혁우)과 우수연기상(진선미)을 받았다.

'인류 최초의 키스'(고연옥 작, 오정국 연출)는 제22회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연출상을 받았다.

창작극 'B.C 2430'(강태욱 작, 오정국 연출)은 2005년 4월 제23회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자우수연기상(백길성), 무대기술상(박은주)까지 휩쓸었다.

2007년 공연한 '얼굴 없는 피카소', 2009년 '대 숲에는 말(言)이 산다', 2017년 '이순신은 살아있다' 등은 부산연극제는 물론 전국 연극제에서 작품상 등 각 부문에서 많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얼굴 없는 피카소'(2007)
'얼굴 없는 피카소'(2007)

[극연구집단 시나위 제공]

시나위는 창단 이후 매년 2∼3개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올해도 부산연극제 경연 부문 참가작 '귀가'(김지훈 작, 반필우 연출)를 비롯해 제54회 정기공연 작품 '참세기' 등 2개 작품을 선보였다.

'귀가'는 부산연극제에서 우수작품상과 희곡상, 우수연구상을 받았다.

두 작품에 이어 내달 '나는 연출이다'(김동현 연출), 11월 창작 뮤지컬 '패스트 트랙'(최해인 작, 반필우 연출) 등 3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박 대표는 그동안 공연한 작품에 대해 "소중한 자식과 같은 느낌이 든다"며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손길이 필요하듯 후배 연기자들과 연출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창단 20년을 넘어선 시나위는 이제 제2기를 맞는다.

"이런 때가 있었죠"
"이런 때가 있었죠"

(부산=연합뉴스) 박상규 극연구집단 시나위 대표가 공연 때 찍은 사진을 보며 어려웠던 과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2019.9.4

현재 극단은 박 대표를 비롯해 배우장 김혜정, 연출·배우 반필우, 연출·작가 김동현, 작가 김지훈·최해인, 배우 김현진·송서윤·이승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는 "척박한 연극 시장을 개척하고 한 때 부흥을 맞기도 한 시기가 1기라고 한다면 뉴 미디어 시대를 맞은 지금은 2기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제는 젊은 연극인들이 미래 시대를 개척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연극인들이 연극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술인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하는 유럽과 같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자치단체에서 주는 보조금은 예술인들의 '길들이기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젊은 연극인들이 생계 때문에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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