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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우린 조상님도 못 모셔요"…'시민의 발'의 명절은

송고시간2019-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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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송화 김민호 인턴기자 = 떨어져 지내던 가족을 만나 회포를 푸는 명절인 설과 추석. 다른 이들을 고향과 가족의 품에 데려다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더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통업계 종사자다.

추석을 대비해 지방 버스까지 소집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모습
추석을 대비해 지방 버스까지 소집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모습

[고속버스 운전기사 최규성씨 제공]

특히 명절이면 정신없이 바빠지는 게 고속버스 회사.

평소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드나드는 버스는 2천300여대지만 명절에는 700여대 이상이 추가로 배치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운전 경력 17년의 이창호(54)씨는 기사 일을 시작한 후 명절에 고향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본인을 뺀) 나머지 가족은 일반 가정과 똑같은 연휴를 보내지만 그 속에 우리 기사들은 없다"며 "명절에 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바쁜 명절 기간 먼 고향은커녕 가까운 집에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당된 스케줄이 왕복 노선이라면 출발지로 돌아와 귀가할 수 있지만, 편도 노선이어서 연고가 없는 곳에 늦은 시간 도착하는 일정이라면 터미널에 있는 기사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

13년간 고속버스를 운전했다는 김정모 전국자동차노동연맹 한일버스지부 위원장은 "명절에 버스는 증편 운영되는데 근무 인원은 한정돼있다 보니까 기사들이 쉬기는 고사하고 추가 근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 기사에게는 조상이 없다. 꼭 명절이 아니라 평소에 제사가 있는 날도 근무 스케줄이면 집에 못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명절에 바빠지는 건 철도업계도 마찬가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를 운전하는 기관사 임보람별씨는 올해로 1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명절에 고향으로 내려가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임씨는 "고향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명절을 실감할 뿐이다. 그들의 밝은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한 8년 동안 명절에 고향을 찾은 건 한 번뿐이라는 5호선 광화문역 역무원 박진수(38)씨는 "명절에 종종 가족이 역으로 전과 떡국을 싸 오기도 한다"며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긴 하지만 사명감으로 근무한다"고 했다.

지하철 역무원의 9월 근무 일정표. 명절이나 연휴와 관계없이 4일 주기로 편성된다.
지하철 역무원의 9월 근무 일정표. 명절이나 연휴와 관계없이 4일 주기로 편성된다.

[촬영 전송화]

명절에 일하는 게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51)씨는 "명절을 쇠러 오가는 사람들이 '고생하십니다'는 말을 건넬 때 힘이 난다"며 웃음 지었다. 박씨는 "기사들은 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면서 "공공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힘들다 느껴본 적 없다"고 했다.

"명절이 없어졌으면 싶을 때도 있다"고 말하던 고속버스 기사 이창호씨도 "우리 손으로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이 주는 보람 덕에 명절을 남들과 다르게 보내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설·추석 연휴에 다른 때보다 근무 강도가 강해지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속버스 기사 이씨는 "명절엔 차량 정체로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욕을 듣는 것은 운전기사"라고 토로했다. 역무원 박씨는 "명절엔 술 먹고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 늘어난다. 경찰을 부르는 것은 익숙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연휴에 쉬지 못하는 데 대한 대체 휴가도 딱히 없다는 교통업계 종사자들. 명절 근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받는 걸까.

코레일 등 공기업이나 규모가 큰 버스회사에 소속된 이들은 명절 근무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받고 있다. 휴일 근로시간이 8시간 이내인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8시간을 초과한 경우 100%를 추가로 지급받는 것.

그러나 소규모 업체는 연휴에 일해도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다. 공공연대노조 소속 신지훈 노무사는 "보통 민간사업장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휴일수당을 주지만 영세 사업장은 명절 연휴에 일해도 휴일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는 교통업계 종사자의 명절 근무에 대한 휴일 수당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21년부터는 3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 2022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가 명절 연휴 근무에 대한 수당을 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신 노무사는 "주휴일 말고는 법정 휴일이 없던 민간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도 휴일이 확대되는 것으로 연휴에 일하는 이들의 노고가 보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ending@yna.co.kr, nowhe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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