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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뉴스] 평양공동선언 1년…나무만 남기고 사라진 비무장지대 GP

송고시간2019-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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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작은 봉우리 위의 최전방 감시초소(GP, Guard Post)에는 나이가 몇 백년은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에서 그림자가 보일 정도로 커다란 이 나무의 위치는 북위 38도 선이다.

38선은 지정학적 위치 탓에 한국현대사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함께 했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된 한반도는 바로 38선 이남과 이북으로 분단됐다.

38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가르자는 생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처음으로 떠올린 전략은 아니다.

앞서 일본이 19세기 말에 제정 러시아에 조선을 38선 이남과 이북으로 나눠 지배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식민지 개척을 놓고 일본과 경쟁했던 러시아는 일본의 38선 분할 제안을 거절했다.

두 나라는 결국 1904년 러일전쟁에 돌입했다.

19세기 말부터 북위 38도 선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국제 정치가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된 곳은 38선이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한국전쟁 개입을 결정한 이유는 같은 해 10월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했다는 소식이었다.

압록강까지 진출했던 유엔군은 중공군의 공세와 한파에 밀려 남쪽으로 후퇴했고, 이후 1953년 휴전 때까지 유엔군과 공산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곳 역시 38선 부근이었다.

당연히 정전협정으로 만들어진 군사분계선(휴전선)과 DMZ는 38선 인근으로 설정됐다.

38선의 이 나무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한도 북한도 아닌 DMZ 남측에 남았다.

남북을 가르던 포성은 멈췄으나 나무는 다시 냉전의 최전방에 서 있게 됐다.

봉우리가 북측과의 거리가 1㎞도 되지 않고 상대를 관측하기 좋은 고지대인 까닭에 나무 밑에는 GP가 들어섰다.

세월이 흐르며 GP의 무장과 시설은 점점 강화됐고 38선의 나무를 콘크리트 벽과 철책으로 끌어안았다.

군은 나무가 멀리에서 너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까닭에 베어내려고 했으나 나무가 쓰러지면서 GP의 벽이 무너질 수 있어 베지 않고 두었고, 이후 GP 병사들은 되레 이 나무를 보호수로 여기며 임무를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GP 철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나무를 둘러싸고 있던 GP는 약 반세기 만에 임무 해제 명령을 받고 파괴됐다.

한반도의 운명을 오롯이 담고 있던 38선의 나무는 결국 살아남았고 냉전의 콘크리트 벽이 먼저 쓰러졌다. (글, 사진 = 임병식 기자)

평양공동선언 1년, 사라진 냉전의 벽
평양공동선언 1년, 사라진 냉전의 벽

(연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최전방 감시초소(GP)에는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의 위치는 현대사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함께 했던 북위 38도 선이다. 나무를 끌어안고 있던 이 GP는 지난해 남북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철거됐다. 왼쪽은 광복 70년이었던 2015년 GP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GP가 사라진 2019년 9월의 모습이다. 2019.9.16 andphotodo@yna.co.kr (끝)

평양공동선언 1년, 사라진 냉전의 벽
평양공동선언 1년, 사라진 냉전의 벽

(연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최전방 감시초소(GP)에는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의 위치는 현대사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함께 했던 북위 38도 선이다. 나무를 끌어 안고 있던 이 GP는 지난해 남북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철거됐다. 왼쪽은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GP가 사라진 2019년 9월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광복 70년이었던 2015년 GP의 모습이다. 2019.9.16 andphotodo@yna.co.kr (끝)

andphoto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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