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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평양선언 17주년…'납치 해결' 강조해온 아베, 성과 전무

송고시간2019-09-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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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북중·북러 정상 만났지만, 북일 회담만 못 해

아베 "납북 일본인 추가 귀환 없는 점 통한의 극치"

日언론 "北, 대북압력 강조해온 아베정권에 뿌리깊은 불신"

성사 여부 불투명한 북일 정상회담 [합성사진, 일러스트]

성사 여부 불투명한 북일 정상회담 [합성사진, 일러스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7일 북일평양선언 17주년을 맞이했다.

2002년 9월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서 과거 청산 및 북일 수교 등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담아 발표한 것이 북일평양선언이다.

북한은 회담을 계기로 일본인 납치를 인정했으며 이후 생존자의 일본 귀환, 사망자 진상조사, 유골 반환 등이 납치 문제와 관련한 과제로 남았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관방부(副)장관으로 고이즈미 당시 총리를 수행해 북한을 방문한 아베는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 인지도를 쌓았고 나중에 고이즈미에 이어 집권 자민당 총재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올라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고 옆에 동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당시 관방부(副)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올라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고 옆에 동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당시 관방부(副)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만큼 납치 문제는 아베 총리의 정치경력에서 중요한 사안이며 그는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에도 대북 관계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를 취했다.

'대화와 압력', '행동 대 행동'을 내세우며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물밑 대화를 반복한 아베 정권은 2014년 5월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북 독자 제재 해제를 연계한, 이른바 '스톡홀름 합의'를 발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움직였으나 결실을 내지 못했고 북일 관계는 현재 사실상 교착상태에 있다.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북중 정상회담, 북러 정상회담까지 열리고 북미 핵 협상을 위한 실무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만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서 소외된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협력해달라고 틈틈이 부탁해야 하는 등 북일 외교 성과에 의욕을 보여온 아베 총리로서는 상당히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은 작년에 펴낸 외교청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도까지 높여 간다"고 견제했으나 올해는 이런 표현을 빼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까지 보였다.

압력과 행동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던 아베 총리는 최근에는 기회가 있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조건 대화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지난 5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솔직하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낯가죽도 두껍다"는 싸늘한 핀잔이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6월 초 "우리 국가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와 압박에 앞장서온 일본 아베 정권이 납치문제에서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 몰리자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중성을 원색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19일 도쿄 지요다구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대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19일 도쿄 지요다구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대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북일평양선언 17주년을 하루 앞둔 16일 도쿄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아베 총리는 성과가 없었음을 인정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한 것을 거론하며 "그때부터 17년, 그 후 귀환을 달성한 분들 이외의 분들은 1명의 귀환도 이루지 못한 것은 일본 정부로서 통한의 극치"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분석하고서 온갖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이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는 결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납치 문제 등을 주제로 한 일본과의 대화가 북한으로서는 전혀 급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북한이 그간 압력을 강조해 온 아베 정권에 뿌리 깊은 불신을 지니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임기 내에는 북일 대화가 진전하지 않는다. 정상회담 등은 절대 없다"는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의 발언을 17일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북미 관계가 진전하면 일본은 좋든 싫든 바짝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내각 정보관으로 일하며 북한 당국자와 비밀리에 접촉해온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씨를 최근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으로 임명한 것은 납치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분석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복심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비서관이 총리 보좌관을 겸하도록 이례적인 인사 발령을 했는데 보좌관이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으면 국외 출장을 가기 쉽다는 점에서 북일 외교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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