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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인간'이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

송고시간2019-09-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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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감독 파브리시우스, 아트선재센터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展

과거·현재·미래 뒤섞인 디스토피아 그려…미셸 우엘벡·오바르타시 등 참여

아트선재센터에 전시된 미셸 우엘벡 '마티에르' 연작
아트선재센터에 전시된 미셸 우엘벡 '마티에르' 연작

[아트선재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입술 아래쪽은 사라진 머리통, 손가락 네 개가 없는 손…….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 걸린 미셸 우엘벡(61)의 '마티에르' 연작은 기괴하다.

우엘벡은 유럽 성풍속 변천사를 통해 서구의 자멸을 분석한 '소립자'(1998), 근대 예술계를 풍자한 '지도와 영토'(2010)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은 프랑스 작가다. 미술가로도 활동 중인 우엘벡은 자화상을 제작하면서 전통적인 초상 대신 자신의 몸을 스캐닝했다.

"아주 포스트휴먼적인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전한 인체가 아닌, 무너지고 깨질 것 같은 모습이죠. 실제로 크랙이 남기도 했고요."

18일 개막하는 아트선재센터 기획전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을 기획한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참여작가 중 하나로 우엘벡을 선택한 까닭이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야콥 파브리시우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야콥 파브리시우스(쿤스트할오르후스 예술감독)이 17일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기획전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을 설명하고 있다. 2019.9.17. airan@yna.co.kr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시장에서 만난 파브리시우스는 "계몽 시대가 오기 전까지 유럽을 칭하는 중세나 막연한 미래 같은 특정한 시간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두 시간대를 겹쳐서 자유롭게 생각해보자는 전시"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이 발달한 것 같으면서도 원시적이고 단순한 점도 많은 세상입니다. 이 전시를 기획할 당시 시리아 전쟁이 한창이었는데 그 비극 또한 영감을 줬어요. 드론을 띄워 하이테크 전쟁을 치르면서도, 적군 한 명의 목을 베는 원시적인 전쟁 방법을 수행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과 덴마크, 미국, 프랑스 등 각국 작가 20팀이 인류의 현재를 고찰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결코 밝지 않은 모습으로 펼쳐 보인다. 대다수 작업에서 인간 신체는 쇠약해지거나, 다른 개체와 결합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 흥미롭다.

아니아라 오만의 신작 '천년 전의 나, 지금으로부터 천년 후의 나'
아니아라 오만의 신작 '천년 전의 나, 지금으로부터 천년 후의 나'

[촬영 정아란]

전시 제목을 듣자마자 'I·SEOUL·YOU' 슬로건을 떠올렸다는 최윤은 '너와 나의 서울 중세'에서 서울에 중세 이미지가 어떻게 투영됐는지를 그려냈다.

윌 베네딕트·스테펜 요르겐센의 영상 '더 레스토랑'은 달팽이 뿔을 한 식료품 공급업자 '스네일리언'을 주인공으로, 종말론 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블랙코미디다. 관람객을 놀라게 하는, 얼굴 달린 로봇 청소기는 아니아라 오만의 작업이다. 바이오플라스틱, 에코-레진, 조개, 해초 등으로 만든 얼굴 마스크는 인간 중심주의를 흔든다.

'바보들의 머리'라는 뜻의 오바르타시라는 작가명을 썼던 루이스 마르쿠센이 남긴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정신병원에서 56년을 보낸 마르쿠센 드로잉은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사이의 변형·전환으로 생긴 캐릭터와 영적인 것, 소외된 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바르타시(루이스 마르쿠센), 무제, 종이에 과슈
오바르타시(루이스 마르쿠센), 무제, 종이에 과슈

[아트선재센터 제공]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는 2016년 덴마크 로스킬데 현대미술관에서 같은 이름으로 시작된 전시의 4번째 행사다. 파브리시우스가 기획한 전시는 100년간 계속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시는 가벽 여러 개를 세워 다양한 작업을 빽빽하게 배치한 탓에 비엔날레 전시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브리시우스가 지휘하는 내년도 부산비엔날레의 한 단면을 예견할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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