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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인의 가장 큰 두려움은 기후변화·재정위기"

송고시간2019-09-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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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내한

다가올 미래는…이방카 트럼프 대통령 선출? 이탈리아 EU 탈퇴?

무대·영상·아크로바틱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

연극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연극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연극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작품은 유럽 최고의 연극 제작 극장으로 손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이 공동 제작했다. 2019.9.18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2020년, 이방카 트럼프가 아버지 후임으로 미국 대통령에 선출됐다. 2024년,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며 유로존이 붕괴했다. 2026년, 폭염이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땅이 염분으로 오염돼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유로화는 암호화폐보다도 가치가 떨어졌다. 공기처럼 함께하는 위기 속, 우리는 살아남을까.

유럽을 대표하는 연극 제작극장 '도이체스 테아터'의 실험적인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가 한국을 찾는다.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 '훔볼트 포럼'이 2017년부터 1년간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및 일반인과 심포지엄을 열어 향후 10년을 예측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연극을 만들었다. 해외 공연은 한국이 처음이다.

안드레스 바이엘(60) 연출은 18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품 전반을 소개했다.

내한 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내한 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연극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작품은 유럽 최고의 연극 제작 극장으로 손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이 공동 제작했다. 2019.9.18 mjkang@yna.co.kr

연극은 새하얀 소금이 촘촘히 깔린 무대에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하며 출발한다. '렛 뎀 잇 머니'라고 불리는 이들 집단은 2028년 현재 유럽 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이유를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납치해 심문한다.

참신한 주제 의식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창작진 이름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이엘 연출은 정치와 예술을 가장 잘 접목하는 연출가 가운데 한 명이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어 2010년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불거졌고, 바이엘은 이를 연극 '산딸기 제국'(2013)으로 만들어 지적 논쟁을 일으켰다. 그는 "예술가에게는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바이엘 연출은 '렛 뎀 잇 머니' 첫 해외공연이 한국에서 열리는 게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독일은 미래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가진 것 같습니다. 분단의 경험을 포함한 과거 비슷한 경험 때문일 수 있죠. 이런 질문들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주기도 합니다. 위기가 곧 종말을 뜻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기회일 수 있는 거죠."

'렛 뎀 잇 머니'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워크숍 도중에 우연히 나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식량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다른 참여자들이 경제 이야기만 늘어놓자, 이를 못마땅해하던 한 참가자가 '그래 너희는 돈이나 처먹어라(Let them eat money)'고 외쳤다고 한다.

작품 소개하는 안드레스 바이엘
작품 소개하는 안드레스 바이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연극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은 유럽 최고의 연극 제작 극장으로 손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이 공동 제작했다. 2019.9.18 mjkang@yna.co.kr

공연 준비 과정은 토론의 연속이었다. 세대별로, 계층별로 그리는 미래는 제각각이었지만, 독일인들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와 '재정위기', 그리고 '난민 문제'를 두려워했다.

"독일에선 올여름이 너무 더웠습니다. 숲은 죽어가고, 과거보다 산불이 10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소비한 대가를 이제 받게 돼서 두려워요. 또 유럽 각지에 이민자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2007∼2008년 겪은 재정위기 여파도 진행 중입니다. 영국은 EU를 탈퇴하려고 하죠. 이런 다양한 두려움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습니다. 이 상태로 내가 잘살 수 있을까요? 미래에 우리 아이들은 어쩌죠?"

방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만큼 105분 러닝타임에 메시지를 다 담는 건 불가능일 수 있다. 연출가는 자칫 연극이 '학술회의'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이용한다. 스크린에는 인물들의 끝없는 설전과 라이브 방송,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 댓글이 투사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이 더해져 시각적 긴장감을 바짝 죈다.

바이엘 연출은 '렛 뎀 잇 머니'가 정치인, 자본가들을 잡아 심문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는 "10년 후에는 '저항' 자체도 상업성과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품성을 보장하는 건 '팔로워'다. 팔로워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일종의 쇼가 제공될 때만 팔로워로 남는다"고 했다.

무대에 흰 소금을 깐 이유를 묻자 "소금은 삶의 본질이자 파괴자라는 양면적 의미가 있다. 메마르고 갈라진 땅에는 소금기가 남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기가 도래한 시점을 2028년으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20년 후 너무 먼 미래를 가정하면 공상과학물처럼 흘러갈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미 위기가 발생한 다음에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의 위기를 보여주고, 그런 위기를 막으려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두려움에 내몰리고 쫓길 게 아니라, 두려움을 동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렛 뎀 잇 머니'는 투어 공연을 마친 뒤 내년 봄 클로징 콘퍼런스에서 논의의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다.

서울 공연은 오는 20∼21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관람료 4만∼8만원.

도이체스 테아터 연극 '렛 뎀 잇 머니' 기자간담회
도이체스 테아터 연극 '렛 뎀 잇 머니'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연극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은 유럽 최고의 연극 제작 극장으로 손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이 공동 제작했다. 2019.9.18 mjkang@yna.co.kr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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