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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시대…소통 아닌 단절 만들어"

송고시간2019-09-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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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도서관 주최 대담…"뻔한 것도 의심하는 인문적 소양 필요"

대담하는 김훈-마동훈
대담하는 김훈-마동훈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작가 김훈(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CCL에서 열린 '작가를 만나다' 행사에서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라는 주제로 강연 중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9.19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나는 우리 시대에서 가장 더럽고, 가장 썩어빠진 게 바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니까 언어로 사람이 소통하는 게 아니라 단절되는 비극이 벌어졌죠."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이 대학 도서관 주최로 열린 '작가를 만나다' 행사에 참석한 김훈(71) 작가는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가진 아픔'을 이렇게 진단했다.

김 작가는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까닭은, 그 사람의 생각이 당파성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며 "자기 당파성을 정의, 진리라고 말하다 보니 정말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나 언론, 심지어 개인 간에도 내 의견이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인지, 아니면 내 욕망을 지껄이는 것인지 구별하지 않은 채로 담론을 쏟아낸다"며 "젊은 여러분들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당부했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유명한 김 작가는 이날 학생들과 질의응답에서 자신만의 인생관과 작가관을 드러냈다.

자신의 글이 가진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내 생애 속에서 검증할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단어를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해빠진 '사랑', '꿈', '희망', '미래' 같은 단어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며 "내 글에 힘이 있다면 그런 검증할 수 없는 단어를 버리면서 생기는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자주 쓰는 이유로는 "내가 쓴 소설에는 사실 역사는 없고 인간만 있다"며 "'남한산성'도 궁극적으로는 인간 사회의 야만성, 폭력과 억압, 그리고 거기에 저항하고 짓밟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20대 청년들에게 뻔한 것도 의심할 줄 아는 '인문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 주변에 짬뽕을 파는 음식점이 두 군데가 있다. 한 군데는 한 그릇에 1만원이 넘고, 24시간 영업하는 다른 곳은 3천원이다. 새벽까지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이 자주 그곳에 간다"며 "돈이 있으면 1만원짜리를, 없으면 3천원짜리 짬뽕을 먹으라는 것이다. 우린 그걸 '시장의 합리성', '공정거래'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게 인간이 지향하는 이 시대의 완성된 마지막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의심이 필요하다. 그런 의문이 쌓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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