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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노조 1년…징계만 있고 대화는 없다

송고시간2019-09-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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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전 원장 고발 노조 간부들 해고·정직…'노조 불인정'에 교섭 '제로'

매일 1천80배 노조 지부장 "모든 생명 행복했으면"…복직·단협체결 촉구

조계종 노조 심원섭 지부장
조계종 노조 심원섭 지부장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노조의 심원섭 지부장이 총무원의 해고조치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9.22 eddi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서울 종로에 있는 조계사 부근을 지나다 보면 사찰 밖 한쪽에 매트를 깔고서 경내를 향해 절을 올리는 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의 심원섭(54) 초대 지부장이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최종 해고 통보를 받은 올해 6월 28일부터 휴일을 제외하곤 꼬박 1천80배를 올려왔다. 종단 변화를 갈구하는 참회의 몸짓이다. 70여차례 동안 절을 올린 횟수를 합하니 어느덧 7만회가 넘었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눠 1천80배를 마치고 나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오히려 가볍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임금 노동자, 직장인에게 해고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20년 넘게 다닌 직장, 총무원 밖에서 해고자 신분으로 1천80배를 할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에서 노조가 결성된 지 이달 20일로 1년이 됐다.

노조는 종무원 권익 보호, 종단 내 소통문제 개선, 신뢰받는 종단으로 쇄신 등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1년도 채 안 돼 사실상 '풍비박산'이 났다.

심 지부장과 산하기관 소속 지회장 등 2명이 해고됐고, 다른 노조 간부 2명은 정직 처분을 받은 뒤 최근에야 사무실로 복귀했다. 징계가 현실화하면서 위축된 조합원들 일부는 노조를 떠나기도 했다.

지도부에 내려진 징계 사유는 스님을 외부 수사기관에 고발했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스님은 2009년부터 8년간 조계종 최장기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다. 노조가 자승 전 원장을 고발해 종단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했다는 게 해고 사유다.

노조는 올 4월 자승 전 원장 재임 시절 '감로수' 생수 사업을 하며 사업과 무관한 제삼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해 종단에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종무원이 조계종 총무원장을 사법기관에 고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1천80배
1천80배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노조의 심원섭 지부장이 조계사 밖에서 1천80배를 올리고 있다. 2019.9.22 eddie@yna.co.kr (끝)

노조 고발을 접한 조계종 총무원은 내부 규정 위반을 들어 심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고, 이는 무거운 징계로 이어졌다. 총무원이 비위 문제가 아닌 일로 종무원을 해고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심 지부장은 "과거 종단에서 비위 문제가 제기되면 내부적으로 먼저 조사해 결과를 내놓고, 이에 따라 징계 절차를 밟았다"며 "하지만 자승스님을 놓고는 어떤 내부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에 고발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한다면 어떤 종무원이 사회법에 호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답해했다.

자승 전 원장 고발사건은 검찰 지휘를 받은 경찰이 수사하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 있는 해당 사건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노조의 자승 전 원장 고발, 총무원의 노조 지도부 해고 등 1년간 양쪽의 골이 깊어졌지만 서로가 터놓고 대화할 기회나 자리는 제대로 없었다.

노조는 사측인 총무원에 여러 차례 단체교섭 협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총무원이 노조 대표와 마주 앉는 교섭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가 조계종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재심 사건에서 조계종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 행위로 보고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명령했다. 올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결정과 같은 취지다.

심 지부장은 "노조 지부장이 총무원장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를 못했다. 다른 집행부 스님은 티타임 등으로 만나기는 했으나 항상 답은 똑같았다"며 "종단에서는 노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노조 설립 뒤로 노조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비판은 '보시(布施)'로 먹고사는 곳에서 무슨 이익단체를 만드냐는 것이다. 설정 전 총무원장 탄핵, 불교 입문 신자 수 감소 등 종단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자기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조계종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오늘도 손모아
오늘도 손모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노조의 심원섭 지부장이 조계사 밖에서 1천80배를 올리고 있다. 2019.9.22 eddie@yna.co.kr (끝)

심 지부장은 "직장과 종교가 결합하다 보니 직원의 역할보다는 스님을 받들어야 하는 봉사의 위치에 있게 됐고, 내부적으로 문제를 지적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불통의 분위기가 노조를 만들게 된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노조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노조할 권리를 보장한 사회법이 있는 상황에서 조계종이 노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고 있고, 스님들도 처음에는 노조를 낯설어했지만 이젠 다르게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해고 이후 1천80배를 올리는 동안 만난 신도들 사이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노조 그리고 자신을 두고 쓴소리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반응은 비판보다 격려 쪽에 실렸다고 전했다.

1천80배를 올리는 기간이 한여름이었던 터라 차가운 커피와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신도들부터 떡볶이를 사서 오는 불자까지, 모두가 반갑고 고마웠다고 했다.

심 지부장이 매일 1천80배를 올리면서 생각했던 것은 '모두의 행복'이었다.

"지금 바라는 것은 당연히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 '감로수' 자체 조사에요. 이것 말고도 계속 든 생각이라면 주변 모든 생명이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하는 겁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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