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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베트남을 뒤덮은 오토바이 물결

송고시간2019-11-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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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이로 요리조리…4천500만대로 2명당 1명꼴

만능 이동수단이자 생필품, 부작용으로 운행제한 움직임도

(하노이.호찌민=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하노이, 호찌민과 같은 베트남의 대도시에서 목격하는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도로를 뒤덮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오토바이 행렬이다.

아담한 크기의 이들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손발이자 화물차로,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런 베트남 사람들의 오토바이 생활을 들여다봤다.

호찌민의 오토바이 출근 행렬 [사진/조보희 기자]

호찌민의 오토바이 출근 행렬 [사진/조보희 기자]

◇ 만능 이동수단인 오토바이

도로에서 오토바이 행렬을 지켜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교차로에서 수많은 오토바이 무리가 부딪칠 듯 마주 보고 달리면서도 사고 없이 빠져나가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좁은 골목길과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도 웬만해선 부딪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도 스스럼없이 부모의 품에 안겨 오토바이를 타는데, 조금 큰 아이들은 뒤에 타고 가면서 운전자 허리나 손잡이를 잡지 않고 여유 있게 스마트폰을 보기도 한다.

많은 오토바이가 있는데도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화물 운송 수단으로도 효용성이 탁월하다. 웬만한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도 척척 소화해 낸다.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산 상인들이 옮기는 짐의 크기도 화물차가 부럽지 않다.

뒷좌석에 고리나 고정핀을 설치한 막대기를 얻어 양쪽으로 균형을 맞춰 가득 짐을 실은 다음 사람까지 태운다.

농촌에선 수확 철이 되면 농산물을 가득 싣고 이동하는 오토바이로 일대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짐이 아니더라도 4명의 가족이 한 오토바이에 타고 이동하거나 만삭의 임신부는 물론 갓난아기를 태우고 가는 것도 일상화된 일이다.

시장에선 주부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장을 보는 장면도 흔한 풍경이다.

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4인 가족 [사진/조보희 기자]

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4인 가족 [사진/조보희 기자]

또 오토바이는 젊은 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데이트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도시 관광 명소 주변 대로에는 늦은 밤까지 연인들을 태운 오토바이의 질주가 이어진다.

이 밖에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뒷자리에선 책을 읽기도 한다. 한낮 그늘에 주차된 오토바이에 편하게 누워 잠자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장대비 속에 우의를 입고 질주하는 모습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은 차창 너머로 멋진 사진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오토바이 문화는 상상을 초월한 활용성에 이방인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폭우 속을 달리는 오토바이들 [사진/조보희 기자]

폭우 속을 달리는 오토바이들 [사진/조보희 기자]

◇ 식구 수 만큼 있는 오토바이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오토바이가 4번째로 많은 나라다. 첫 번째는 인도, 그다음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라고 한다.

앞선 세 나라의 경우 인구가 베트남보다 몇 배가 많은 나라다. 온 세상의 오토바이는 아시아 국가에 밀집된 셈이다.

비록 오토바이의 숫자는 세계에서 4번째이지만 인구수 비례 판매 대수는 세계 제일이다. 2019년 상반기 오토바이 판매량은 150만 대이고, 2018년 6월 누적 기준, 베트남 교통부에 등록된 총 오토바이 수는 약 4천500만 대다.

오토바이 연간 판매 대수는 2011년 33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27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라고 한다.

베트남 인구는 약 9천400여만 명으로, 인구 2명당 1대꼴로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오토바이를 소유할 수 있는 18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4명당 3대에 이른다.

베트남인들은 고등학생이 되면 일단 오토바이부터 산다. 그래서 어느 집이나 식구 수만큼 오토바이가 있다.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호찌민시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2018년 말 등록된 오토바이 수가 약 850만 대에 달한다. 교통수단의 72%를 점유하고 있다.

750만여 명이 거주하는 하노이에는 2019년 1월 현재 570만 대의 오토바이가 등록돼 교통수단 점유율이 86%에 달한다. 하노이의 승용차 수는 55만 대다.

시장에서 산 물건을 가득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들 [사진/조보희 기자]

시장에서 산 물건을 가득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들 [사진/조보희 기자]

오토바이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사회문제가 되자 베트남 정부는 오토바이 운행제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하노이시는 오토바이 신규 면허 발급을 중단하는 것을 포함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부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행금지를 시범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찌민시는 지난 3월 개인 자동차의 사용을 통제하는 것과 함께 공공 여객 수송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중장기 계획 중 중앙 지구에서 오토바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지만, 시민들이 출근이나 간단한 이동 시에 '속도'와 '편리성'이 높은 오토바이를 더 선호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현지 언론은 예상한다.

더욱이 베트남에 이미 오토바이를 소유한 인구가 매우 많고, 가까운 시일 내에 지하철 등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이 확충되기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오토바이에 탄 채 장을 보는 여성 운전자 [사진/조보희 기자]

오토바이에 탄 채 장을 보는 여성 운전자 [사진/조보희 기자]

◇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

오토바이가 베트남인의 주요 교통수단이 된 이유는 기동성과 주차 편리성, 경제성으로 요약된다.

현재 베트남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도로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오토바이가 차량보다 이동성이 월등하다.

또 베트남의 경우 대중교통 확충 정책이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인의 오토바이 사용에 제약을 두지 않으면서 오토바이 사용 인구가 급증하게 됐다.

주차할 때도 주차관리인의 도움을 받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자동차는 주변에 지하주차장을 갖춘 건물이 없다면 주차 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데 베트남에서 대도시를 벗어난 지방의 경우 지하주차장을 갖춘 현대식 건물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길을 하나 새로 닦으면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데 베트남은 오토바이와 차량이 그 길을 같이 써야 하니 효과가 그리 높지 않아 물류나 교통체증 등 사회적인 비용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오토바이보다 더 큰 짐을 싣고 달리는 여성 운전자 [EPA=연합뉴스]

오토바이보다 더 큰 짐을 싣고 달리는 여성 운전자 [EPA=연합뉴스]

또 한 가지 과거 베트남의 자동차 관세는 무려 300%에 육박, 돈 많은 사람만 탈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과거보다 개선된 현재도 세법에 따라 예를 들면, 2만달러 상당의 완성차 한 대가 베트남으로 수입되면 60%의 수입세가 부과된 뒤 45%의 특별소비세, 10%의 부가세가 더해져 소비자는 2만달러의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5만1천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오토바이는 1대 평균가격이 약 1천500∼2천달러로 1인당 월 평균소득이 약 450달러인 베트남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알맞은 교통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 한 대의 월평균 주유비는 20만∼40만동(1만∼2만원)인 것에 비해 4인승 승용차는 150만동(7만5천원) 정도다.

여기에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 역시 이용에 불편함이 크다. 정거장 인근에 집과 직장을 두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공사도 이런 이유로 큰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상점에 진열된 오토바이 헬멧 [사진/조보희 기자]

상점에 진열된 오토바이 헬멧 [사진/조보희 기자]

◇ 오토바이로 인한 특유의 문화

수많은 오토바이로 인해 베트남 특유의 문화와 경제적인 효과도 발견된다.

▲ 오토바이 택시가 성행하고 있다. 오토바이 택시는 일반택시보다 저렴하고 기동성이 좋아 애용되고 있다. 그랩(Grab)이나 우버 모토 등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오토바이 노점상이 많다. 오토바이 노점은 커피나 음료수, 길거리 음식 등을 판매하는데 이동 중 소비자의 부름에 따라 길에서 멈추어 물건을 판매하거나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

오토바이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상 [사진/조보희 기자]

오토바이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상 [사진/조보희 기자]

▲ 열대지방인 베트남은 반소매 옷이 일반화돼 있지만, 뙤약볕에서 가리개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피부 보호를 위한 긴소매의 겉옷은 필수품이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은 긴 소매 옷 외에 선글라스, 장갑, 양말 등을 착용한다. 베트남인들이 애용하는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보다 더 두껍고 크다.

▲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현지 여성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관광객을 태우고 거리를 운전하는 관광상품이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 오토바이 이용자 대다수가 일상생활에서 하나 이상의 헬멧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2∼3개의 헬멧을 번갈아 착용하는 습관이 있다.

도로변에는 헬멧을 파는 가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헬멧은 기업들의 훌륭한 홍보 매체로 이용된다.

통신사, 케이블방송사, 제과업체 등이 판촉용 무료 헬멧을 나눠주는가 하면, 우기를 앞두고 자사 로고가 적힌 오토바이 전용 비옷을 배포하기도 한다.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오토바이 무료주차장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에 누워 자는 운전자 [EPA=연합뉴스]

오토바이에 누워 자는 운전자 [EPA=연합뉴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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